정용수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정용수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마흔살 넘어 취업한 3개월 수습 사원이 3년 반만에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정용수 자비스앤빌런즈 CEO다.

그는 삼성전자에 다니다가 창업을 하겠다며 회사를 그만뒀다. 하지만 막상 창업을 해보니 그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LG전자에 재취업했지만 4년 밖에 다니지 못했다. 그는 아내의 권유로 세무사 시험에 도전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한 도전이었지만, 그마저도 1점 차이로 2차 시험에서 떨어졌다.

정용수 대표의 도전을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를 만나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세금 신고·환급 도움 플랫폼 '삼쩜삼'을 만들었다. 삼쩜삼은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근로자들이 급여를 받을 때 소득의 3.3%를 원천징수 하는데서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정 대표는 "입사할 당시 회사는 소규모 법인이나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를 제공 중이었다. 그런데 매출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모색하는 과정이었다"며 "개발자와 세무사의 입장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삼쩜삼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열흘 만에 다시 만든 서비스로 '삼쩜삼' 대박…"환급 영역 더 넓힐 것"

입사 당시 정 대표는 3개월 수습 직원 신분이었다. 그는 3개월 동안 개발자 1명과 함께 삼쩜삼 서비스를 만들었다. 오픈 1주일 전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는 처참했다. 사용자의 90%가 서비스 입구에서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의 마지막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이런 결과를 받아보게 돼 '회사가 망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제가 아는 세법 관련 지식을 고객에게 전달하려고 서비스를 만들다보니 고객 입장에서는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용수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정용수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그러면서 그는 "3개월 동안 만든 것을 다 엎고 열흘 동안 다시 제작했다"며 "당시 은행 휴면계좌를 조회해주는 단순한 사이트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것을 보고 첫 페이지에 환급액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것으로 개편한 것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쩜삼은 광고 하나 없이 서비스 오픈 7일만에 매출 1억원을 달성하고 한 달만에 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6월 기준 삼쩜삼 플랫폼의 누적 가입자는 1650만명으로 누적 환급액은 8527억원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망하기 직전 열흘 만에 개발한 서비스로 희망을 봤다"며 "이후 제가 알고 있는 세무 지식과 개발에 관련 지식을 더하면서 이제는 완전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쩜삼 서비스 성공의 기여를 인정 받아 정 대표는 지난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자비스앤빌런즈의 기술 역량을 높이고 시스템을 안정화한 공을 인정 받은 셈이다. 앞으로 정 대표는 삼쩜삼의 세무 서비스 고도화와 고객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 세무 대리인과의 협업 서비스 개발 등에 역량을 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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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스앤빌런즈는 올 상반기 매출액으로 390억원, 영업이익은 약 4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496억원의 78%가량을 반기 만에 올린 것으로 이는 회사 설립 후 최대다. 삼쩜삼 출시 첫해인 2020년 연간 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만에 급성장했다.

정 대표는 "삼쩜삼 서비스를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일반 근로소득자들도 환급이 가능한 부분이 많다"며 "숨겨진 환급 혜택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더 편하게 환급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가치를 두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 환급 너머 사업 영역 확대…하반기 IPO 준비 '박차'

그동안 삼쩜삼은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는 것을 사용자에게 알려주기보다는 환급 가능한 부분에 대한 안내를 집중해왔다. 이제는 세금을 납부하는 것에 대한 요구도 많아지면서 올해 본격적으로 세금 납부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사업자들이 납부하는 부가가치세의 경우 지난해 7월과 올해 1월 두 번 서비스를 제공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사업자는 세금 환급이 발생하지 않아 서비스 대상이 아니었는데 삼쩜삼의 노하우를 부가가치세에 적용해 서비스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며 "향후에는 상속, 양도, 증여 등의 상담까지 제공하는 세무 플랫폼 형태를 갖춰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용수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정용수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정 대표는 삼쩜삼 서비스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세무사들을 향해 함께 일하는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하는 일은 세무사분들이나 세무업계가 좀 더 전산화·효율화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세무사를 공부하는 수험생 카페에 항상 올라오는 질문 중 하나가 미래에 세무사 직업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관련된 것인데 기술이 세무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IT 기술이 발전할수록 세무사분들이 일하기에는 더욱 편해질 것이라는 게 정 대표의 분석이다. 세무 업무 자체가 인력을 많이 투입하는 일이다보니 비효율이 존재하는데 기술 및 서비스의 발전이 이런 비효율을 해결해주면서 세무사 본연의 가치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세무 영역은 숫자 안에 숨겨진 사람이 가치판단을 해야 할 영역이 굉장히 많다"며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했는데 이를 복리후생비와 접대비 중 어느 것으로 봐야 할지 등은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자비스앤빌런즈의 경쟁사는 따로 없지만 미국의 세무 전문기업 인튜이트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인튜이트가 성장해 온 철학과 방향이 자비스앤빌런즈가 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서비스를 하며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경쟁업체와 저희와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어 경쟁구도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1년 전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경쟁자라고 생각하고 매년 발전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하반기 기업공개(IPO)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세무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기술평가를 통과한 데 이어 상장 예비 심사 청구도 마쳤다. 상장 후 들어오는 공모자금은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저희가 직접 하기엔 시간이 걸리지만 M&A를 통해 한 발 더 나아가 큰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세금에 있어 배달의민족, 쿠팡처럼 혁신하는 회사가 되고 세금 전문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