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안무가] '드라마틱 발레' 선구자, 남아공 출신 존 크랭코
올해 50주기를 맞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안무가 존 크랭코(1927~1973)는 20세기 중후반 유럽에서 꽃핀 ‘드라마틱 발레’의 선구자이자 완성자다. 크랭코가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키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감독 시절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1962)과 ‘오네긴’(1965), ‘말괄량이 길들이기’(1969)는 드라마틱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히며 요즘도 한국을 비롯해 세계에서 자주 무대에 오른다.

크랭코는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발레학교에서 기초 안무 훈련을 받았다. 1946년 영국 런던으로 건너간 크랭코는 영국 로열발레단의 전신인 새들러스 웰스 발레단에서 활동하다가 더욱 폭넓은 안무 공연 기회를 얻기 위해 1961년 당시로선 무명이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감독이 된다. 이곳에서 발레에 연극적인 요소를 대폭 도입한 그의 드라마틱 발레는 만개했고, 이른바 크랭코의 3부작을 바탕으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세계적인 발레 명가로 발돋움했다.

크랭코는 1973년 미국 순회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필라델피아에서 슈투트가르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복용한 수면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질식사했다. 그의 나이 45세였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