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강도, 범행 4시간여만에 출국…대전서는 사흘만에 해외 도피
도난 차량 이용·외국인 경우 추적 더 어려워…"국제 공조 강화해야"

대전에 이어 경기 평택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 용의자가 범행 후 경찰의 신원 파악이 되기도 전에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한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따르는 '범행 직후 출국'…신속 검거 대책 마련 필요 목소리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전 11시 50분께 경기 평택시 신장동의 한 환전소에서 타지키스탄 국적 2인조 강도 A(34) 씨와 B(34) 씨가 60대 여성 직원을 모의 총기로 위협한 뒤 현금 8천 달러(1천여만원)를 빼앗아 달아났다.

이들은 사전에 철두철미하게 범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A씨 등은 범행에 앞서 지난달 28일 인천 지역에서 은색 SUV 차량을 훔쳤다.

이들은 범행 당일 환전소로 올 때와 떠날 때 모두 이 차량을 이용했다.

거리에서는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고,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이들이 차에서 내린 뒤 환전소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다시 돌아와 차를 몰고 떠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20초 남짓이다.

이어 20여㎞ 떨어진 화성시 향남읍의 하천변으로 이동해 차량을 버린 A씨 등은 인근에 숨겨둔 또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며 한 차례 더 추적에 혼선을 줬다.

이후 화성지역 모처에서 같은 국적의 조력자들을 만나 이들의 차를 타고 같은 날 오후 2시 15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범행 전후 3대의 차량을 이용하며 경찰의 추적을 어렵게 한 뒤 2시간 25분 만에 공항에 온 것이다.

같은 시각 경찰은 CCTV를 통해 이들의 동선을 역추적하면서 동시에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차량의 소유주를 확인하고, 목격자를 통해 A씨 등의 신원 파악을 시도하는 등 나름대로 발 빠르게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용의자들이 외국인이라 인상착의 구분이 어려운 데다가 도난 차량을 범행에 이용하면서 신속한 신원 파악이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그사이 A씨는 범행 당일인 30일 오후 4시 35분께 우즈베키스탄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

이는 환승 노선으로, 현재는 본국인 타지키스탄에 도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최근 발생한 대전 서구 은행강도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

대전 사건의 경우 40대 남성 C씨가 지난 18일 정오께 신협에 침입해 현금 3천900만원가량을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은 곧바로 추적에 나섰으나, 용의자는 미리 준비한 차량과 훔친 오토바이 등을 번갈아 타며 수일간 수사망을 피했다.

경찰은 범행 나흘만인 지난 21일에서야 용의자의 신원을 특정했으나 그는 이미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였다.

잇따르는 '범행 직후 출국'…신속 검거 대책 마련 필요 목소리
우리나라는 비교적 국토 면적이 좁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데다가 전국 각지에 CCTV가 촘촘하게 설치돼 있어 범인 검거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근래에 들어 강도 사건의 범인이 대부분 검거됐기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선 '강도범은 무조건 잡힌다'는 인식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두 강도 사건으로 인해 이같은 믿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치안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기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신원 특정에 어려움을 겪고 해외로 피의자를 놓치는 일이 반복되면 학습 효과로 유사한 범행이 이어질 수 있다"며 "경찰은 가용 경력 내에서 피의자 신원을 특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도 "피의자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얼굴을 숨기고 타인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 신원 특정이 어려워 추적이 까다롭다"며 "도피가 이뤄졌더라도 신속히 국내 송환할 수 있도록 국제 공조 수사망을 더욱 촘촘히 정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