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장기금리 1%로 오르면 전세계서 벌어질 악몽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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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가 없는 세계에서 있는 세계로(下)
日출구전략, 엔캐리 청산에 세계 금융시장 영향
日 해외 투자자산 531조엔..美英 채권시장 '큰손'
IMF "美·EU 등서 자금유출 직면" 경고
금리 1%P 오르면 日 기업이익 5%·GDP 0.3%↓
"닛케이지수 3만선 깨진다" 분석도
日출구전략, 엔캐리 청산에 세계 금융시장 영향
日 해외 투자자산 531조엔..美英 채권시장 '큰손'
IMF "美·EU 등서 자금유출 직면" 경고
금리 1%P 오르면 日 기업이익 5%·GDP 0.3%↓
"닛케이지수 3만선 깨진다" 분석도
이자가 없는 세계에서 있는 세계로(中)에서 계속
일본은행이 10년 만에 출구전략을 향해 첫발을 내딛은 영향은 엄청나다. 당장 일본인의 소비와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등 일본 실물 경제에 변화가 예상된다. 전세계 금융시장에 끼칠 파급력 또한 이에 못지 않다. 올해 2분기 동안에만 18% 급등한 일본 증시(닛케이225지수)에 투자를 검토하는 한국 투자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결정이기도 하다.
일본의 금리 상승은 엔화 가치와 일본 주식 뿐 아니라 전세계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움직임이 급변할 전망이다. 금리가 사실상 '제로(0)'인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은 자국의 부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부의 유출을 겪었다. 2022년 1월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었다. 일본과 차이는 0.35%포인트였다. 작년 3월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5.5%까지 끌어올리면서 미일 금리차는 순식간에 5.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그 결과 작년 3분기에만 연율 환산 19조7284억엔의 부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199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일본 투자가가 들고 있는 해외 주식과 채권은 531조엔어치에 달한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10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부, 즉 해외 증권투자 규모는 70% 급증했다.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일본인 투자가들은 주요국 채권시장의 큰 손이 됐다. 아일랜드 채권시장의 15%, 호주 채권시장의 12%를 일본인 투자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채권시장 점유율도 5%에 달한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1%에 도달하면 자국 국채에 투자한 일본 투자가들은 환 리스크를 떠 안지 않고도 1%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 그만큼 해외 자산의 매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세계 금융당국은 이미 엔 캐리 청산으로 일본인들의 자금이 귀환할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4월 발표한 국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를 조정하면 호주와 유럽연합(EU),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자금유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의 결정이 있었던 7월28일 세계 채권시장이 크게 요동친 이유다. 이날 호주 10년물 국채금리는 일시적으로 0.55%, 필리핀은 0.1%, 말레이시아는 0.035% 상승했다. 금리가 올라 미국 유럽연합(EU)과의 금리차이가 줄어들면 엔저(低)가 엔고(高)로 바뀔 가능성도 커진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관광객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는 장기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늘어나는 이자부담 탓에 일본 기업의 영업이익이 2.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자부담이 큰 운수·우편업과 부동산업의 영업이익은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소는 "장기금리가 1% 오르면 기업의 수익이 5% 줄고, 일본의 GDP도 0.3%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가 올라서 유동성이 줄어들고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주식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주식 전략가는 "장기금리가 1%까지 오르면 닛케이225지수 상장 종목의 주가수익률(PER)이 1배 정도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지수로 환산하면 닛케이지수를 2000포인트 정도 끌어내릴 전망이다. 이데 수석은 "엔화 가치가 상승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깨지면 닛케이지수 3만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은행과 일본 정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금리가 급등하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1026조엔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르면 2025년부터 연간 이자부담이 3조7000억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가 예상보다 2%포인트 더 오르면 이자부담은 7조5000억엔 더 증가한다.
일본은행이 한사코 이번 결정을 출구전략의 시작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정책의 정상화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미디어들도 '출구 전략' 대신 '금융완화 수정'이라는 일본은행 만큼이나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다. 일본은행은 우에다 총재의 말처럼 정말 출구전략을 시작한게 아닐까. 답이 어느 쪽이든 금리가 없는 세계에서 금리가 있는 세계로 옮겨간 일본 경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끝으로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7월초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소개한다. "나중에 되돌아 봤을때 결과적으로 출구를 향한 것이었다면 그것이 (출구전략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일본은행이 10년 만에 출구전략을 향해 첫발을 내딛은 영향은 엄청나다. 당장 일본인의 소비와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등 일본 실물 경제에 변화가 예상된다. 전세계 금융시장에 끼칠 파급력 또한 이에 못지 않다. 올해 2분기 동안에만 18% 급등한 일본 증시(닛케이225지수)에 투자를 검토하는 한국 투자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결정이기도 하다.
일본의 금리 상승은 엔화 가치와 일본 주식 뿐 아니라 전세계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움직임이 급변할 전망이다. 금리가 사실상 '제로(0)'인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본은 자국의 부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부의 유출을 겪었다. 2022년 1월까지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었다. 일본과 차이는 0.35%포인트였다. 작년 3월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5.5%까지 끌어올리면서 미일 금리차는 순식간에 5.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그 결과 작년 3분기에만 연율 환산 19조7284억엔의 부가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199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일본 투자가가 들고 있는 해외 주식과 채권은 531조엔어치에 달한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10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부, 즉 해외 증권투자 규모는 70% 급증했다.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일본인 투자가들은 주요국 채권시장의 큰 손이 됐다. 아일랜드 채권시장의 15%, 호주 채권시장의 12%를 일본인 투자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채권시장 점유율도 5%에 달한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1%에 도달하면 자국 국채에 투자한 일본 투자가들은 환 리스크를 떠 안지 않고도 1%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다. 그만큼 해외 자산의 매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세계 금융당국은 이미 엔 캐리 청산으로 일본인들의 자금이 귀환할 리스크를 경고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4월 발표한 국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를 조정하면 호주와 유럽연합(EU),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자금유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의 결정이 있었던 7월28일 세계 채권시장이 크게 요동친 이유다. 이날 호주 10년물 국채금리는 일시적으로 0.55%, 필리핀은 0.1%, 말레이시아는 0.035% 상승했다. 금리가 올라 미국 유럽연합(EU)과의 금리차이가 줄어들면 엔저(低)가 엔고(高)로 바뀔 가능성도 커진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관광객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는 장기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늘어나는 이자부담 탓에 일본 기업의 영업이익이 2.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자부담이 큰 운수·우편업과 부동산업의 영업이익은 4~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소는 "장기금리가 1% 오르면 기업의 수익이 5% 줄고, 일본의 GDP도 0.3%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가 올라서 유동성이 줄어들고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주식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주식 전략가는 "장기금리가 1%까지 오르면 닛케이225지수 상장 종목의 주가수익률(PER)이 1배 정도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지수로 환산하면 닛케이지수를 2000포인트 정도 끌어내릴 전망이다. 이데 수석은 "엔화 가치가 상승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깨지면 닛케이지수 3만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은행과 일본 정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금리가 급등하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1026조엔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르면 2025년부터 연간 이자부담이 3조7000억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가 예상보다 2%포인트 더 오르면 이자부담은 7조5000억엔 더 증가한다.
일본은행이 한사코 이번 결정을 출구전략의 시작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정책의 정상화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 미디어들도 '출구 전략' 대신 '금융완화 수정'이라는 일본은행 만큼이나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다. 일본은행은 우에다 총재의 말처럼 정말 출구전략을 시작한게 아닐까. 답이 어느 쪽이든 금리가 없는 세계에서 금리가 있는 세계로 옮겨간 일본 경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끝으로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7월초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소개한다. "나중에 되돌아 봤을때 결과적으로 출구를 향한 것이었다면 그것이 (출구전략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