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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거 없는 소문에 '자경단 놀이'까지…다시 보는 100년 전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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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토학살 조명한 식민지역사박물관 전시…아이들이 남긴 생생한 증언도
    "역사 배우지 않으면 진보할 수 없어"…학살 원인·과제 다룬 책 잇달아
    근거 없는 소문에 '자경단 놀이'까지…다시 보는 100년 전 참상
    '1923년 9월 1일 / 정오 2분 전의 순간 / 지구 일부분이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쓰보이 시게지의 '15엔 50전')
    100년 전 그날, 일본의 수도권인 간토(關東·관동)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도쿄(東京), 요코하마(橫浜) 등을 휩쓴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거나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사람은 10만여 명에 달했다.

    일본 역사에서 최악이라 부를 만한 재해였다.

    그러나 대재난의 혼란 속에 더 무서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이 불을 질렀다'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담은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수많은 조선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근거 없는 소문에 '자경단 놀이'까지…다시 보는 100년 전 참상
    그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총과 칼이 날아들었던 참혹한 비극 현장. 그해 12월 현지 유학생을 중심으로 한 '이재조선동포위문반'이 조사한 희생자는 6천 명이 넘었다.

    간토대지진과 그로 인한 조선인 학살 100주년을 맞아 당시 참상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역사적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지난 달 공개한 '간토대학살 100년-은폐된 학살, 기억하는 시민들' 전시는 간토대학살의 실상을 짚고 시민들의 추모 노력을 돌아보는 자리다.

    전시는 무자비한 학살이 벌어진 배경을 먼저 짚는다.

    동학농민군과의 갈등, 의병 탄압, 3·1운동 무력 진압, 간도참변 등 주요 사건을 다루며 제국주의 일본의 침략과 폭력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본다.

    근거 없는 소문에 '자경단 놀이'까지…다시 보는 100년 전 참상
    전시에서는 학살의 '레일'을 깐 인물로 3·1운동 당시 조선인 탄압을 주도하기도 했던 미즈노 렌타로(1868∼1949) 내무성 장관, 아카이케 아쓰시(1879∼1945) 경시총감을 거론한다.

    박물관 측은 "당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일본 정부의 계엄령과 군대 파견으로 마치 기정사실처럼 확산했고, '공인된 학살'로 비화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본 학살 현장은 더욱 생생하게 와닿는다.

    아이들끼리 '자경단 놀이'를 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 '순경이나 사람들이 칼이나 죽창 등을 들고 조선인 정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는 증언 등이 전시장 벽면 한쪽을 채운다.

    근거 없는 소문에 '자경단 놀이'까지…다시 보는 100년 전 참상
    "어른들이 뛰어와서 '손에 폭탄, 총, 권총을 든 '불령선인'(不逞鮮人·조선인을 불온하고 불량한 인물로 지칭한 말) 2천명이 오사키(大崎) 방면에서 습격해온다'고 했다.

    " (1924년 출간된 '아이들의 진재기')
    일본 고려박물관과 연계한 이번 전시에서는 '기코쿠'(淇谷)라는 이름을 남긴 작가가 간토대지진 당시 상황을 기록으로 남겨 주목받은 두루마기 그림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가로 길이가 30m 넘는 이 그림에는 칼과 곤봉, 죽창 등으로 무장한 사람들과 참혹한 학살 장면이 담겨있다.

    아라이 가쓰히로 전 관장은 영상 인터뷰에서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진보할 수 없으며, 어두운 역사적 사실에 눈 감아버리면 배울 수 있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잊힌 역사'의 진실에 다가서려는 시민사회의 성과를 담은 자료집, 추모 기록도 함께 보여준다.

    근거 없는 소문에 '자경단 놀이'까지…다시 보는 100년 전 참상
    박물관 관계자는 "간토대학살에 대한 진정한 추모와 기억은 다시 시작돼야 한다"며 "잊히고 묻혀버린 학살의 참상을 한일 시민의 눈으로 함께 바라보고 영원히 기억하며 교훈으로 삼자"고 당부했다.

    올해 간토대학살을 주제로 한 책이 잇달아 출간된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약 40년간 신문 기자로 활동했던 저널리스트인 와타나베 노부유키 씨가 쓴 '관동대지진, 학살 부정의 진상'(삼인)은 대지진 속 퍼져나간 '가짜 뉴스'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지난달 방한한 그는 "애매한 역사나 사실이 얼마나 오랜 기간 방치되었는지 생각하게 됐다"며 "다시 한번 역사를 뒤돌아보고 되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출간 의도를 밝혔다.

    근거 없는 소문에 '자경단 놀이'까지…다시 보는 100년 전 참상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가 쓴 '백년 동안의 증언'(책읽는고양이)은 일본 시인 쓰보이 시게지(1898∼1975)가 남긴 시 '15엔 50전'을 통해 비극을 재조명한다.

    시는 '쥬우고엔 고쥬센' 한 문장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된 이들을 비추며 집단 광기의 배후에는 일본 정부가 있었다는 점도 다시금 짚는다.

    반면, 민병래 작가와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가 공동 기획한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원더박스)는 진실을 규명하고 알리기 위한 여러 노력을 짚으며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근거 없는 소문에 '자경단 놀이'까지…다시 보는 100년 전 참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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