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수. 이미지=KB증권
물가지수. 이미지=KB증권
미국 중앙은행(Fed)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가 간밤 발표된 가운데 소비 둔화세를 확인한 만큼 그 둔화 속도와 투자 동반 약화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작년 같은 달 대비 3.3% 올랐다고 밝혔다. 시장 추정치와 동일한 수준이고 전달인 6월의 상승폭(3%)은 웃돌았다. 또 상무부에 따르면 7월 개인 소득은 전달 대비 0.2% 늘었고 개인 지출도 0.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7월 개인소득으로 미뤄 약해지는 소비 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소득에 비해 소비지출이 크게 늘면서 저축률은 3.5%로 작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최근 저축률이 높아지면서 초과저축을 소진하는 속도가 느려졌지만 다시 가속화됐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최근 추세대로 초과저축이 감소할 경우 올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초과저축이 모두 소진될 전망"이라며 "경제 전체로 봤을 때 초과저축 소진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는 건, 초과저축을 거의 쌓지 못했던 저소득층은 이미 초과저축을 모두 소진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서 "앞으로는 중고소득층에서도 초과저축을 소진한 가계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고, 이달 하순부터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초과저축을 소진하는 가계는 더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물론 소비가 줄어서 초과저축 소진 시기를 늦출 수도 있지만, 임금을 비롯한 소득이 늘어서 초과저축 소진 시기가 늦춰지는 게 아니라면 소비는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기대 만큼 낮아지지 않고 있는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에도 주목했다. 그는 "기저 물가가 약해지지 않는다는 건 Fed가 주목하는 주거 제외 근원 서비스 물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면서 "소비지출 증가세와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기 전까지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물가 상승 압력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소비(수요)가 약해지면 투자와 고용(공급)이 줄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투자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있어서 금방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원래 경직성이 높은 고용시장은 노동수요가 노동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어서 둔하게 반응할 전망"이라며 "이제부터는 소비가 얼마나 빠르게 둔화되는지,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가속되고 있는 투자가 동반 둔화될 건지, 여전히 노동공급을 크게 초과하는 노동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낮아질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