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70% 떨어진 로듐, 채굴업체 "이렇게 떨어질 줄 몰랐다"[원자재 포커스]
배기가스 규제·공급망 문제로 치솟은 로듐
전기차 보급 확대·중국 수요 부진에 폭락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에 사용되는 희귀금속인 로듐·팔라듐 가격이 급락했다.

희귀금속거래사이트인 머니메탈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듐 1온스당 가격은 전년대비 70.7% 하락한 4100달러에 거래됐다. 로듐은 백금·팔라듐과 함께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에 주로 사용되는 금속이다. 로듐은 다른 두 금속보다 질소산화물 정화 능력이 뛰어나지만 지각에서 가장 희귀한 금속이어서 가격도 높다. 일반 차량에는 로듐이 약 1~2g 들어간다.
정육면체 모양으로 만든 78g 무게의 로듐. 알케미스트HP
정육면체 모양으로 만든 78g 무게의 로듐. 알케미스트HP
로듐 가격은 2021년 5월 온스 당 2만9500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한 때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았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각국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자 자동차 업계에서 로듐 수요가 크게 늘어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급량 감소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전 세계 로튬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채굴이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고 각국이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펴면서 로듐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경기가 침체에 접어든 것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의 로듐 가격 추이. 머니메탈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의 로듐 가격 추이. 머니메탈스
한때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었던 로듐 가격이 급락하자 채굴업체들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남아공에 있는 광물채굴업체인 임팔라플래티넘의 니코 뮬러 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기록적으로 높은 가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떨어지는 속도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고 밝혔다. 임팔라플래티넘은 올해 상반기 연간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한 188억랜드였으며, 연간 배당금을 주당 5.85랜드로 65% 삭감했다고 밝혔다.

팔라듐도 전년 동기 대비 45.0% 하락한 온스 당 1256달러에 거래됐다. 팔라듐 가격이 2018년부터 백금보다 높아지자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팔라듐을 백금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의 팔라듐 가격 추이. 머니메탈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의 팔라듐 가격 추이. 머니메탈스
분석가들은 로듐과 팔라듐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BS는 투자자 노트에서 "백금 종류 금속에 대한 중국 수요가 부진하고 할인된 러시아산 금속이 먼저 판매되는 게 주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남아공에 이은 주요 로듐 생산국이다.

전기차의 대중화는 로듐·팔라듐 가격 하락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회계·컨설팅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산하 기업컨설팅 부문인 '스트래터지&'는 보고서에서 모든 전기차 차종의 총소유비용(TCO)이 오는 2025년에는 내연차와 같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가격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등 동력장치 비용이 2030년에는 현재보다 30% 저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스트래터지&는 2030년에는 전세계 신차 판매량의 40%, 2040년에는 70%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