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한 '2중 주차 금지' 표지판. / 사진=홍민성 기자
무색한 '2중 주차 금지' 표지판. / 사진=홍민성 기자
국회 의원회관 지하 주차장이 이중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중주차를 금지하는 표지판과 위반 차량 앞 유리에 놓인 계고문은 무색할 지경이었다.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 직원들의 무질서를 두고 '내로남불'이라는 취지의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부족한 공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항변도 나왔다.

4일 한경닷컴이 찾은 국회 의원회관 주차장은 말 그대로 이중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2중 주차 금지'라는 표지판이 무색할 만큼, 지하 주차장은 무질서했다. 국회 의원회관 지하 주차장은 총 지하 5층 규모다. 1층은 국회의원 전용 구역이고, 지하층은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다.
스티커 형태가 아닌 종이로 된 주차금지 안내문이 이중주차 차량 앞 유리에 꽂혀 있다. / 사진=홍민성 기자
스티커 형태가 아닌 종이로 된 주차금지 안내문이 이중주차 차량 앞 유리에 꽂혀 있다. / 사진=홍민성 기자
지하 1층부터 이중주차의 향연이 시작됐다. 빼곡하게 주차된 이중주차 차들의 앞 유리에는 '주차금지 안내' 계고문이 꽂혀 있었다.

주차 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주차장 통로에 줄을 지어 세워놓은 차들뿐만 아니라, 장애인 주차 구역 바로 옆이자 화장실 입구인 곳에 버젓이 주차한 차량도 보였다. 한 비서관은 "소화전 앞에 차를 대놓는 경우도 많다"며 "평소 보면서 걱정스러웠다"고 전했다.
장애인 주차 구역 바로 옆이자 화장실 입구에 버젓이 주차한 차. / 사진=홍민성 기자
장애인 주차 구역 바로 옆이자 화장실 입구에 버젓이 주차한 차. / 사진=홍민성 기자
지하 2~3층까지는 지하 1층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하 4층부터는 슬슬 빈자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중주차 차주 연락처로 직접 전화해 이유를 물어봤다. 주차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항변과 결국 더 내려가기 귀찮았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아침 출근 시간대 주차장에 가면 지하 5층까지 빼곡히 주차된 경우가 있다"며 "예전보다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차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기자의 질문에 멋쩍게 웃은 B씨는 "솔직히 말해 결국 더 내려가기 귀찮아서, 의원실 가까운 쪽에 이중으로 대는 게 아니겠냐"고 했다. 다만 "주차 공간이 부족한 건 명백하다"고 했다.

지난주 오후에 이중주차된 차량의 차주에게 연락했을 때 "직접 출근 시간대에 한번 내려가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도 있었지만 이날 오전 9시 지하 1층이 이중주차로 가득 차기 시작했을 때에도 지하 4~5층은 여전히 한산했다.
4일 출근 시간대 다시 찾은 지하 4층(왼쪽), 5층 주차장. 빈자리가 많았지만, 지하 1층은 이중주차 차들이 빼곡했다. / 사진=홍민성 기자
4일 출근 시간대 다시 찾은 지하 4층(왼쪽), 5층 주차장. 빈자리가 많았지만, 지하 1층은 이중주차 차들이 빼곡했다. / 사진=홍민성 기자
이같은 국회 의원회관 지하 주차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국회 재직자들의 페이스북 익명 공간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서 시작했다.

의원실 종사자로 추정되는 D씨는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 지하 주차장에 가보면 보좌진 수준이 딱 나온다"며 "한 층 더 내려가기 귀찮아서, 혹은 주차 구역에 넣기 번거로워서 기둥 뒤, 벽 옆, 심지어는 가로 주차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들이 의원회관 지하 주차장에는 수두룩하다. 한 명이 그러니까 너도나도 그러는 것"이라며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데, 그런 정신머리로 무슨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고 국정을 감시하냐"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