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의 새, 날아다니는 개… 한국 찾은 추상화 거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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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갤러리 9월 6일부터
카렐 아펠&니키 드 생팔 2인전
카렐 아펠&니키 드 생팔 2인전
니키 드 생팔, Oiseau amoureux, 2000
카렐 아펠, Garcon de ferme et chien volant, 1972
우람한 다리 근육을 자랑하며 사람처럼 서 있는 날짐승 조각, 언뜻 사람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는 그림….
서울 강남에서는 알 듯 모를 듯한 형체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특이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어린 애 장난 같은 작품들이지만 이들을 세상에 내놓은 사람들은 세계적 추상의 대가들이다. 네덜란드의 카렐 아펠과 미국 작가 니키 드 생팔.
오페라갤러리는 국내 최대 미술품 거래시장이 벌어지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프리즈) 기간에 맞춰 6일부터 ‘새로운 출발, 아이의 눈으로: 카렐 아펠 & 니키 드 생팔’전을 열고 있다. 카렐 아펠, Personnages, 1970
1층 정면에 가장 크게 보이는 오렌지색 대형 회화는 아펠의 대표작이다. 강렬한 색채에 매료돼 작품에 다가가면 작품의 두께에 놀라게 된다. 캔버스 위에 진흙을 쌓은 것처럼 두께가 상당하다. 거칠게 붓칠을 한 자국도 그대로 남아 있다. 카렐 아펠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작업방식이다. 그는 종이를 여러 겹 겹치고 그 위에 수십 겹에 달하는 물감을 쌓으며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질감과 재료 본연의 매력을 강조하는 것을 즐겼다. 그의 제작 방식은 ‘다마트리에’라는 이름까지 붙어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카렐 아펠은 동시대 활동했던 추상화가 조르주 마티외 같은 작가보다는 국내에 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미술사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 아펠은 1948년 유럽의 이성적인 미술에 대항하며 만들어진 코브라(CoBrA) 운동의 창시다. 냉소적인 추상성을 거부하고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실험을 강조했다.
오페라갤러리 전시에서는 그의 1950년대 작품부터 만나볼 수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까지 아펠이 선보인 추상화에는 전혀 형체를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추상적 물체’들이 주를 이뤘다. 반면 1970년대에 진입해서는 점점 동물, 사람과 같이 그 주제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돈된 추상화로 변했다. 그의 이런 작업방식의 변화를 한 전시장 안에서 함께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전시장엔 1950년대 아펠이 뉴욕에서 만났던 재즈 작곡가와 함께 만든 노래가 흘러나온다.
생팔은 의자 등 대형 조각 작업에 열중했던 것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다. 그는 작품의 주제로 주로 여성성, 사회 문제, 인간에 대해 깊게 탐구했다. 그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 나나(Nanas) 연작 또한 풍만하고 밝은 색의 여성 인물로 기쁨, 힘, 해방을 상징한다. 니키 드 생팔, I am Upside Down (verte), 1997
그렇게 생팔은 가구나 조각 등 작업을 할 때 단순 추상적 이미지만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사람과 동물들을 주제 삼아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조각은 폴리에스터, 레진, 일상에서 발견된 오브제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특히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가구 콜라보에 열중했는데, 이는 당시 작가들이 하지 않는 드문 시도였기에 주목을 받았다. 단순 가구를 넘어 매 작품마다 환상적이고 서사적인 요소를 담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생팔의 작품은 가구를 예술과 접목시키면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제작한 의자, 소파 등을 비롯해 평소 국내 관객들이 잘 접하지 못했던 거울 작품까지 폭넓게 선보인다.
두 거장의 공통점은 바로 단순하고 직설적인 추상화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색채를 사용해 강렬하고 화려한 이미지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사회적 편견과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탈피하려는 열망으로 새로운 예술적 도전을 계속했다. 이 두 도전가의 작품은 10월 7일까지 전시된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우람한 다리 근육을 자랑하며 사람처럼 서 있는 날짐승 조각, 언뜻 사람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는 그림….
서울 강남에서는 알 듯 모를 듯한 형체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특이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어린 애 장난 같은 작품들이지만 이들을 세상에 내놓은 사람들은 세계적 추상의 대가들이다. 네덜란드의 카렐 아펠과 미국 작가 니키 드 생팔.
오페라갤러리는 국내 최대 미술품 거래시장이 벌어지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프리즈) 기간에 맞춰 6일부터 ‘새로운 출발, 아이의 눈으로: 카렐 아펠 & 니키 드 생팔’전을 열고 있다. 카렐 아펠, Personnages, 1970
1층 정면에 가장 크게 보이는 오렌지색 대형 회화는 아펠의 대표작이다. 강렬한 색채에 매료돼 작품에 다가가면 작품의 두께에 놀라게 된다. 캔버스 위에 진흙을 쌓은 것처럼 두께가 상당하다. 거칠게 붓칠을 한 자국도 그대로 남아 있다. 카렐 아펠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작업방식이다. 그는 종이를 여러 겹 겹치고 그 위에 수십 겹에 달하는 물감을 쌓으며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질감과 재료 본연의 매력을 강조하는 것을 즐겼다. 그의 제작 방식은 ‘다마트리에’라는 이름까지 붙어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카렐 아펠은 동시대 활동했던 추상화가 조르주 마티외 같은 작가보다는 국내에 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미술사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 아펠은 1948년 유럽의 이성적인 미술에 대항하며 만들어진 코브라(CoBrA) 운동의 창시다. 냉소적인 추상성을 거부하고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실험을 강조했다.
오페라갤러리 전시에서는 그의 1950년대 작품부터 만나볼 수 있다. 1950년대와 1960년대까지 아펠이 선보인 추상화에는 전혀 형체를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추상적 물체’들이 주를 이뤘다. 반면 1970년대에 진입해서는 점점 동물, 사람과 같이 그 주제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돈된 추상화로 변했다. 그의 이런 작업방식의 변화를 한 전시장 안에서 함께 관찰할 수 있는 것이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전시장엔 1950년대 아펠이 뉴욕에서 만났던 재즈 작곡가와 함께 만든 노래가 흘러나온다.
생팔은 의자 등 대형 조각 작업에 열중했던 것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작가다. 그는 작품의 주제로 주로 여성성, 사회 문제, 인간에 대해 깊게 탐구했다. 그의 대표적인 조각 작품 나나(Nanas) 연작 또한 풍만하고 밝은 색의 여성 인물로 기쁨, 힘, 해방을 상징한다. 니키 드 생팔, I am Upside Down (verte), 1997
그렇게 생팔은 가구나 조각 등 작업을 할 때 단순 추상적 이미지만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사람과 동물들을 주제 삼아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조각은 폴리에스터, 레진, 일상에서 발견된 오브제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특히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가구 콜라보에 열중했는데, 이는 당시 작가들이 하지 않는 드문 시도였기에 주목을 받았다. 단순 가구를 넘어 매 작품마다 환상적이고 서사적인 요소를 담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생팔의 작품은 가구를 예술과 접목시키면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제작한 의자, 소파 등을 비롯해 평소 국내 관객들이 잘 접하지 못했던 거울 작품까지 폭넓게 선보인다.
두 거장의 공통점은 바로 단순하고 직설적인 추상화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색채를 사용해 강렬하고 화려한 이미지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사회적 편견과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탈피하려는 열망으로 새로운 예술적 도전을 계속했다. 이 두 도전가의 작품은 10월 7일까지 전시된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