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서 촉구…"가해자, 반성한다더니 전관 변호사 써"
가해자측 "교통사고에서 징역 7년, 굉장히 중형"
강남 스쿨존 사고 유족 "형벌 가벼워 음주운전 되풀이"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초등학생의 어머니가 항소심 재판에서 운전자의 중형 선고를 거듭 요청했다.

사고로 사망한 A군(당시 9세)의 어머니는 26일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이지영 김슬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B(40)씨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해 "많은 이들이 음주운전을 이토록 가벼이 여기는 것은 형벌이 믿을 수 없이 가볍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촉구했다.

그는 "우리 아이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하굣길 교문 앞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처참히 짓밟혀 산산조각 났다"며 "그사이 대전에서는 8세 아이가 또 다른 음주운전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또 "유희로 시작한 음주가 살인으로 변했으며 수많은 생명이 죽음을 맞았다"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도 있던 사람들이 죽었고 그 가족과 주변인의 삶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인식을 바꾸려면 판결이 변하는 수밖에 없다"며 "급진적인 판결이 쉽지 않은 사법부의 공고한 시스템을 이제 극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슬픔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시민들의 삶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며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탄원하는 단 하나의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B씨의 변호인은 "피해자 측에서는 가볍다고 하지만 교통사고에서 징역 7년이라는 양형은 처음 볼 정도로 굉장히 중형"이라며 "(백혈병을 앓고 있는) 피고인의 건강 상태가 악화해 체중이 급속히 빠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진심 어린 사과라도 했으면 하지만 피해자 측이 완강해서 접촉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고인과 가족이 피해자 대리인에게 피해 변제에 대한 편지도 쓴 거 같은데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A군 어머니 등 유족은 재판 뒤 취재진과 만나 "저희는 처음부터 합의 의사가 전혀 없었고 돈은 필요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며 "피고인 측이 항소심에서 부장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것을 보니 반성에 대한 순수성에 의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지난해 12월2일 낮 언북초 앞에서 만취 상태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운전하다 하교하던 A군을 들이받고 현장을 이탈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은 A씨의 구호 조치가 소극적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뺑소니 혐의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혐의 등만을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