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국민연금 고갈 문제는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일찍이 연금개혁을 추진한 이유다. 이들 국가는 연금 수령액 자동 조절 장치를 마련하거나 수급 연령을 높이는 식으로 연금 제도를 개편했다.

프랑스는 현재 62세인 연금 개시 연령을 매년 3개월씩 단계적으로 연장해 2027년 63세, 2030년까지는 64세로 늘리는 연금개혁을 했다. 연금을 100% 받는 데 필요한 가입 기간도 42년에서 4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연금 최저 수령액은 월 1015유로에서 1200유로로 인상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노조와 야당의 반발에도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연금개혁을 밀어붙였다.

스웨덴은 연금개혁에 가장 성공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부터 정년과 연금 개시 연령을 67세로 늘렸다. 10년 넘는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거쳐 1998년 포괄적인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먼저 모든 고령층에 연금을 지급하던 걸 빈곤층에만 선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연금 지급 규모를 줄여 재정 균형을 맞춘 것이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평균 임금 상승률만큼의 이율을 연금으로 돌려주는 명목확정기여(NDC) 제도도 도입했다. NDC는 연금 수령액이 정해진 확정급여형(DB)과 달리 가입자가 낸 만큼 연금을 받는 구조다.

일본은 2004년 연금 자동 조절 장치를 도입했다. 기대수명 증가와 출생률 감소에 맞춰 연금 지급액을 자동 삭감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다. 보험료율은 급여의 13.58%에서 2017년까지 18.3%로 높였다. 지급액은 평균 수입의 57.7%에서 2023년 50.2%까지 낮췄다.

영국은 연금 개시 연령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남성 65세, 여성 60세 이상부터 연금이 지급됐지만 현재는 남녀 공통 66세다. 2028년까지 67세, 2046년까지 68세로 추가 상향할 예정이다. 영국의 연금 보험료율은 25%로 한국(9%)을 크게 웃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