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인프라·인력 퀄리티 높아져…글로벌 공급망 진입할 준비 완료"
“우리는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의 일원으로서 제조업 강국이 되기를 원합니다.”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사진)은 최근 뉴델리 외교부 청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중국이 차지해온 세계 공장의 역할을 인도가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중국을 대체한다’ 대신 ‘다변화하는 공급망에 참여한다’는 표현을 썼다.

자이샹카르 장관은 “세계는 회복력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한 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다변화한 공급망을 원하고 있다”며 “인도는 내수 시장뿐 아니라 세계를 위해 제조를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자이샹카르 장관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2014년 이후 지난 9년간 약 4억 명의 인구가 빈곤에서 벗어나 중산층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신(新)중산층의 소비가 인도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프라와 인력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기업 환경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인도는 (글로벌 기업들의) 제조 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이샹카르 장관은 인도의 외교 정책도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는 1947년 독립 이후 전통적으로 ‘비동맹(non-alignment)’ 외교를 고수해왔다.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자 동맹(multi-alignment)’으로 전환해 세계 질서와 공급망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자이샹카르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여전히 도전과제가 많다는 것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며 “컵에 물이 반 정도 찼다는 균형 잡힌 평가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경 특별취재팀이 인도에서 만난 현지 기업인들도 ‘메이크 인 인디아’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인도의 제조업 육성 정책을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印, 인프라·인력 퀄리티 높아져…글로벌 공급망 진입할 준비 완료"
인도 최대 경제단체인 인도산업협회(CII)의 알 디네시 회장은 “인도 경제는 선순환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인도의 대표적 물류회사 TVS서플라이체인솔루션의 창업자인 그는 “정부가 2년 전부터 산업계 요구를 받아들여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에 나섰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으면서 기업하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의 14억 명 내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생산시설에 투자할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디네시 회장은 이어 “내수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로 인프라가 더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에 본격 편입돼 인도 경제 전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디네시 회장은 “최근 CII 대표단이 한국에 다녀왔다”며 “첨단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 간 투자와 교역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의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낙관적이긴 마찬가지였다. 에듀테크회사 스킬매틱스의 드바닐 셰스 최고경영자(CEO)는 “서방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에 공장을 짓고 인도산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며 “모든 글로벌 기업이 인도에 공장을 세울 것”으로 기대했다. 교육용 장난감을 판매하는 스킬매틱스는 매출의 70% 이상이 미국에서 나온다. 중국산이 지배하던 미국 장난감 시장이 인도산으로 대체되면서 커다란 수혜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CII에 따르면 세계 제조업 생산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1%로 중국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인도로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714억달러로 세계 8위였다. CII는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인도의 수출도 정체되고 있고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것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뉴델리·벵갈루루=유창재 정치부장/박의명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