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편성, 초급간부 '기살리기' 핵심사업들 줄줄이 미끄러져
사관학교·ROTC 지원율 '반토막'…"간부 되겠다는 청년이 없다"
[김귀근의 병영터치] '초급간부 처우개선' 그렇게 어려운가?
최근 사기가 급격히 저하되고 이직이 늘고 있다는 우려를 낳는 군 초급간부의 복무 여건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위, 중·하사로 대표되는 초급간부는 병사들과 부대끼며 부대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다시피 하고, 유사시에는 병사들을 지휘하며 적과 싸우는 군의 '허리'로 통한다.

이들의 사기가 곧 병사들의 전투력으로 직결될 정도로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초급간부의 자존감과 기를 살려주는 대책 마련이 요즘 국방부가 매달리는 '국방혁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현역병 자원이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투력 유지에 큰 몫을 담당하는 초급간부 지원율이 뚝뚝 떨어지고, 그나마 중도에 군문을 떠나는 현상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전부대 지휘관들이 최근 열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초급간부 처우 개선을 한목소리로 요청한 것도 이 문제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내년도 5천620억원 요구했으나 1천998억원만 반영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짜면서 초급간부 처우 개선 명목으로 5천620억원을 요청했으나 예산 당국은 1천998억원만 반영했다.

'고강도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역대급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내년 예산 편성 방침에 따라 국방부 요구안이 반토막도 아닌 3분의 1토막 가까이 났다고 한다.

국방부와 예산 당국 간 줄다리기 속에 일단 반영된 1천998억원은 올해 책정된 것보다는 515억원이 많은 액수다.

비록 애초 요구액보다 큰 폭으로 깎였으나 올해보다는 늘었으니 그나마 '선방'했다는 국방부 내부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병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초급간부의 복무 여건 개선 예산을 내년도에 반영했다"면서 "아쉽게도 재원 때문에 반영되지 못한 것들이 있는데 앞으로 예산 당국과 국회 심의 단계에서 더 논의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귀근의 병영터치] '초급간부 처우개선' 그렇게 어려운가?
그러나 지난 1일 국회로 넘어간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반영된 초급간부 복무 여건 개선 관련 예산을 보면 선방했는지 의문이 든다.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보면 단기복무 장려금의 경우 장교는 현재 900만원에서 1천200만원으로 인상된다.

애초 2천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했으나 800만원이 감액됐다.

부사관은 75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오른다.

1천500만원 요구안에서 500만원이 깎인 것이다.

이 장려금은 지원율 하락을 막고 우수인력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주는 돈이다.

국방부는 "단기복무 장려금 지급 대상을 늘려 대학 졸업 후 학사장교를 지원하는 경우에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월 16만원인 간부 주택수당도 24만원으로 인상을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직·간접 주거지원을 받지 않는 3년 이상 근무 간부에게만 지급하던 것을 내년부턴 3년 미만 간부까지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3년 미만 간부 4천700명이 추가로 혜택을 보게 됐다.

여기에다 국방부가 초급간부들의 휴일·야간근무수당을 신설키로 하고 관련 예산(1천135억원)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인사혁신처와 함께 시간외 근무수당 상한시간 상향, 특수지근무수당 가산금 인상 등 대안을 협의 중이다.

예를 들어 해군의 경우 시간외 근무수당 상한시간은 월 67시간인데 만약 2주 연속 해상에 출동할 경우 이 상한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고 그 초과시간 보상은 받지 못한다.

국방부가 휴일·야간근무수당을 신설키로 한 것도 시간외 초과근무가 일상인 함정, GOP(일반전초) 등 근무자에 대한 처우 개선 차원이었다.

아울러 성과상여금(초급간부 기준호봉 상향) 예산(400억원)도 처음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고, 현재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다.

간부훈련 급식비로 753억원을 요구했으나 133억원만 반영됐다.

국방부는 "그간 훈련 때 간부의 영내 급식 비용은 개인이 부담했으나 내년부터는 국가 지원을 추진하고 향후 재정 범위 내에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평일 1만원인 당직근무비를 3만원으로 인상하는데 쓰일 예산(1천103억원)을 요구했으나 올해와 같은 366억원으로 정했다.

인상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공무원의 경우 당직수당은 평일 3∼5만원, 휴일 6∼10만원 가량이다.

초급간부들은 상당수가 열악한 환경의 격오지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실 초급간부 처우 개선에 쓰겠다고 요구한 예산 5천620억원은 내년도 불요불급한 국방사업을 조정해 예산 당국과 협의하면 충분히 확보가 가능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북핵 대응 3축체계 전력과 인건비 등 전력운영비 확보가 최우선으로 다뤄지다 보니 초급간부 처우 및 병사 근무시설 개선은 계속해서 후순위로 밀려왔다.

이번에도 정부의 고강도 건전재정 기조와 북핵 대응전력 확보에 순위가 밀린 듯한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국방부와 예산 당국, 국회의 결단 없이는 초급간부 처우와 병사 근무환경 시설 개선은 단시일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귀근의 병영터치] '초급간부 처우개선' 그렇게 어려운가?
◇ 사관학교·ROTC 지원율 동반 하락…초급간부 충원 '비상'
초급간부들이 만족할만한 처우 개선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군 간부가 되겠다는 청년들도 계속 줄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군 사관학교와 학군장교(ROTC) 경쟁률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2022년 국방통계연보'를 보면 2018년 28대 1, 2019년 35대 1을 기록한 육사 남자 경쟁률은 2020년 20.8대 1, 2021년 19.7대 1로 낮아졌다.

2018년 33.3대 1, 2019년 40.6대 1이던 공사 남자 경쟁률도 2020년 20.3대 1, 2021년 17.5대 1로 뚝 떨어졌다.

해사 남자 경쟁률은 2018∼2019년 33.5대 1∼16.9대 1에서 2020년 18.4대 1, 2021년 17.4대 1을 기록했다.

ROTC의 경우 창군 이래 처음으로 후보생 추가모집에 들어가는 등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학군장교 경쟁률은 2015년 4.8대 1에서 2022년 2.4대 1로 떨어졌으며, 올해는 추가모집 공고를 낼 정도로 저조했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매년 3월에만 이뤄지던 학군장교 임관을 올해부터 연 2회로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으나 경쟁률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귀근의 병영터치] '초급간부 처우개선' 그렇게 어려운가?
육군 3사 경쟁률도 2019년 6대 1에서 작년 3.6대 1로, 같은 기간 학사장교 경쟁률은 3.4대 1에서 1.5대 1로 절반 이상 급락했다.

병사 월급 인상 및 복무기간 단축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초급간부 지원책이 소홀해지면서 간부 지원율이 하락하고 있고, 인구 절벽 시대와 겹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내년도 병장 월급은 봉급 125만원에 내일준비지원금 40만원을 합해 165만원이고, 2025년에는 봉급 150만원에 내일준비지원금 55만원을 합해 205만원까지 인상된다.

내년도 소위 1호봉은 기본급 183만원에 공통수당 평균 101만원을 합해 284만원이고, 하사 1호봉은 기본급 182만원에 공통수당 평균 91만원을 더해 273만원 수준이다.

소위와 하사는 단기복무 장려금 등 기타 지원금이 있어 실제 수령액은 더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병사 봉급이 2025년 205만원까지 올라가면 지원금까지 합해 초급간부 기본급을 상회하게 되고, 이는 초급간부 지원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방부 내부 문서에도 간부 획득 제한사항으로 ▲ 병역자원 감소로 인한 인력 풀(pool) 축소 및 간부 지원 인원 감소 ▲ 청년 인구의 감소로 인한 취업 여건 개선으로 사회경제 활동 증가 ▲ 병사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간부 지원 수요 감소 ▲ 병사 봉급 인상 및 복무 여건 개선으로 병 복무에 대한 수요 증가 ▲ 타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정년제도로 인한 직업적 안정성 저해 등을 꼽았다.

국방부는 이런 제약을 극복하고자 임기제 부사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성과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기제 부사관은 병 의무복무 만료 후 하사로 연장 복무(상한 4년)하는 초급간부를 말한다.

임기제 부사관 운영률은 편제 대비 2019년 62.9%, 2020년 74.9%, 2021년 83.0%, 2022년 73.7% 등으로 저조하다.

결국 국방부는 여군 인력 활용도 하나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저조한 초급간부 운영률 제고를 위해 여군 인력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여군 인력을 전체 간부 대비 10.9%인 2만247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초임은 3천3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열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초급간부의 자존감과 사기가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올라와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발언이 '립 서비스'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김귀근의 병영터치] '초급간부 처우개선' 그렇게 어려운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