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브랜드에 있다
1970년,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품 생산을 중단한 기업이 있다. 제품이 환경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1993년, 업계 최초로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단을 개발했고 모두 따라 할 수 있도록 기술을 세상에 공개했다. 1996년부터는 매년 매출의 1%를 ‘지구세’로 기부하고 있다. 2011년 연중 가장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우리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쓰레기 감소를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의류는 사지 말라는 것이다. 최근 제2의 지구, 화성에 관심이 쏠리자 이렇게 이야기했다. ‘NOT MARS, 화성은 됐고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지킵니다.’ 50년의 세월 동안 이 기업은 꾸준히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 행동으로 보여줬다.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합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브랜드에 있다
그러자 세상에 수백만 명의 파타고니아가 생겨났다. 파타고니아의 신념에 공감한 사람들은 지구를 위해 행동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직원으로서 브랜드의 꿈을 함께 이뤄나가고자 했다. 그렇게 지난 한 해 동안 파타고니아가 사람들과 함께 줄인 탄소 배출량은 약 2만t, 1800가구에 무려 1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브랜드는 더욱 강해졌고, 함께 세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더 나은 세상에 공헌하는 파타고니아에 더욱 강한 지지와 사랑을 보내고 있다. 업계 전체 이직률은 60%지만 파타고니아는 4%에 불과한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많은 기업이 위기에 직면했지만, 파타고니아는 연 매출 목표를 3개월 만에 달성하고 30% 성장에 성공했다.

더 나은 세상에 공헌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브랜드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어 그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그 마음을 얻는 힘은 바로 변하지 않는 브랜드 가치에 있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에 공감한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브랜드의 신념에 동참할 것이다. 신념에 동참한 소비자는 브랜드를 쉽게 떠나가지 않으며, 위기 속에서도 브랜드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힘이 된다. 자신의 가치로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바꿔가는 브랜드, 그런 브랜드가 세상을 이끄는 힘을 가진 1위 브랜드가 된다.

2023년을 빛낸 올해의 브랜드, 어떻게 선정했나

자신만의 가치로 2023년을 빛낸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는 무엇일까.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한국소비자포럼이 주관한 ‘2023 올해의 브랜드 대상’은 꼼꼼한 기초조사와 광범위한 소비자 투표, 전문가들의 평가 및 심의를 거쳐 선정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건강, 교육, 쇼핑, 스포츠·레저·여행, 식품, 주거·건설, 인물·문화 등 16개 산업군에서 브랜드를 1차 선별했다. 이 후보들을 대상으로 지난 7월 3일부터 7월 16일까지 온라인 및 전화 설문을 통해 대국민 소비자 투표를 진행했다. 올해도 많은 관심 속에 투표가 진행됐는데, 이번 국내 투표 참여 건수는 801만9473건이다.

한국소비자포럼은 대한민국 브랜드가 세계인의 마음 깊이 남을 수 있도록 중국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브랜드를 선정해 현지 1위 언론과의 협업으로 널리 알리고 있다. 7월 3일부터 7월 16일까지 인민일보 인민망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중국 투표 참여자는 285만3249명, 건수로는 2501만5703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소비자포럼은 대한민국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부터 베트남 소비자가 뽑은 대한민국 올해의 브랜드 대상 부문을 신설해 시상할 예정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 브랜드에 있다

소비자 투표 결과, 2023 올해의 브랜드 대상은?

국내에서는 114개 브랜드, 중국에서는 6개 브랜드가 대상의 영예를 누렸다. 최고경영자 부문에서는 앤하우스의 김대영 대표이사, 코리아세븐의 최경호 대표이사,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의 박명신 대표이사가 수상했다.

치킨 부문에서는 교촌치킨이 21년 연속 1위에 오르며 국가대표 치킨 브랜드임을 입증했다. 홈플러스는 11년 연속 올해의 대형마트로 선정됐다. 떡볶이 부문에서는 동대문엽기떡볶이가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신신파스아렉스는 붙이는관절염치료제 부문 6년 연속 대상을 거머쥐었다. 에스트라는 4년 연속 올해의 더마보습케어 브랜드로 선정됐다. SPA브랜드 부문에서는 탑텐이 3년 연속 1위 자리에 올랐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예약플랫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LG U+ 유쓰는 20대 전용 통신서비스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올해의 여행사로는 노랑풍선이 선정됐다. 디스이즈네버댓은 올해의 스트리트캐주얼 브랜드로 선정됐다.

중국 현지 투표에서는 레모나가 이너뷰티 부문 9년 연속 1위로 선정됐다. 애슬레저룩 부문에서는 젝시믹스가 대상을 받았다.

전재호 한국소비자포럼 대표는 “사람과 세상을 향해 일관된 여정을 걸어온 브랜드에는 후광이 있다”며 “한 해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올해의 브랜드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이끄는 사회의 빛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