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왜 협업이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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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회사의 병폐가 무엇인가?
제조업을 하는 A사장은 근심이 많다. 젊을 때부터 일군 사업이고 인생의 전부이기 때문에 애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다들 자신의 일 마냥 열심히 해주었다. 그 덕분에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고, 아직 중견기업은 아니지만, 300명 넘는 임직원과 500억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회사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자신의 일이 아니면 하려고 하지 않고, 도전하려고 하지 않는다. 제조업의 특성 상, 어느 한 부서만 잘한다고 성과가 높은 것이 아니다. 전 공정, 전 부서가 하나가 되어 합심해야 하는데 이 곳 저 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초기 함께 일을 했던 본부장들과 회사의 이상 기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 시대적 현상이라고 한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젊은 직원들의 워라밸, 주 52시간 근무가 가져온 적당주의, 개인과 조직의 이기가 낳은 결과 아니겠냐고 한다.
다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곳은 학교가 아닌 기업이기에 문제가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어떻게 해결해 성과를 내야하는가에 대해 각자 방안을 가지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A사장은 몇 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리 이하 직급자 대상의 주니어보드 5명을 모이도록 했다. 이들에게 ‘회사의 병폐가 무엇인가?’ 10가지를 정하고 그 해법을 간략하게 적어 오라고 지시했다.
2주 후, 주니어보드는 10가지 병폐와 그 해법을 적은 보고서를 사장에게 보고했다.
가장 큰 병폐는 역시 개인▪조직 이기주의였고, 소통의 부재, 관계 중심의 조직문화, 책임 전가, 비전 불투명, 말 뿐인 했다주의, 미래 성장 동력의 부재, 협업 불가능 등이었다.
팀원들 대상으로 실시한 병폐에 대한 응답율은 모두 80점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대리가 중심이 된 주니어보드이고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대책은 정교하고 체계적이지 않았다.
병폐 중 사장이 눈 여겨 본 내용은 회사 전반적인 문화, 그 중 소통 부재, 관계 중심, 책임 전가, 했다주의, 협업 불가능이었다. 왜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 주니어보드에게 각자 어렵겠지만, 허심탄회하게 회사의 현 분위기와 심정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 명이 심각하게 말한다. “대부분 팀원들은 이곳을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5년 이곳에서 역량을 강화하고 업적을 쌓고 보다 좋은 회사로 이직할 생각 뿐이다. 이곳은 직원을 성장시켜주는 곳도 아니고, 배울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상명하복, 보수적 위계 문화는 즐거움과 별개로 부담스럽다” CEO는 아무 말 없이 경청한 후, “내가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가?” 질문한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왜 요청 시 거절하고, 협업이 되지 않을까?
이 회사는 언제부터 조직장 사이에 공식적인 업무 요청도 거절한다. CEO의 직접 지시가 아닌 경우에는 조직장 간의 업무 요청은 대부분 실행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EO지시사항에 의해 실시되는 협업도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고 서로 남 탓을 한다. 다행히 성공한 프로젝트는 그냥 넘어가지만, 실패한 프로젝트는 책임 문제로 시끄럽다.
요청한 부서의 조직장은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자세히 요청했건만, 엉망으로 작업하여 일이 실패했다고 한다. 반면, 요청 받은 조직장은 바쁜 가운데 일을 도와줬는데, 제대로 확인과 점검도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한 것은 요청한 부서의 잘못이라며 화를 낸다.
팀원들은 이 모습을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 곳에서 더 있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을 한다.
왜 요청을 거절하고 협업이 되지 않을까?
가장 큰 첫째 이유는 인원은 적고 할 일은 많기 때문이다. 내 코가 석자인데, 타 부서의 일을 도와주고 싶지만 도와 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전문성의 부족이다. 타 부서의 일을 처리할 만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셋째, 책임 소재이다. 사실 요청한 조직이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바쁜 가운데 시간과 노력을 다해 도와준 조직과 담당자가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 그 누가 돕겠는가?
조그만 일의 잘못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도전과 협력은 요원하다.
넷째, 요청하는 조직장이나 담당자의 무례한 언행이다. 안 들어주면 무슨 큰일이 날 것처럼 강요 또는 협박하는 언행에 기분이 상해 안 들어줄 수 있다.
기타, 너무나 촉박한 일정, 요청 받은 부서의 일이 아닌 경우 등등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조직과 구성원에게 요청할 것인가?
사실 타 조직과 구성원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직과 구성원에게 인정과 존경을 받으면 된다. 자신의 업적과 역량이 뛰어나다고 조직과 구성원들이 인정과 존경하지 않는다. 기본 예절을 지키며, 올바른 인성과 전문성, 누구에게나 가까이 다가가 관심을 가져주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되면 된다.
사실 요청과 협업을 잘하는 조직과 구성원은 공통의 특징이 있다.
첫째, 거절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매우 겸손하다. 거절 시, 얼굴이 달라지거나 CEO지시 사항인데 이러면 안된다고 협박하거나, 이유가 뭐냐는 식의 따지는 언행을 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요청한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고,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불편과 부담을 주어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 거절을 당해도 기분 상하는 일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거절 후 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기 때문에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고 바로 일에 매진한다.
둘째, 요청하는 순간보다 요청이 끝났을 때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요청도 정성을 다해 매우 미안해 하면서 부탁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요청한 일이 마무리 되었을 때 감동을 받게 한다. 5만큼 일을 했는데, 10 이상의 감사와 보답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요청한 일이 속한 전체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대해 수시로 이야기를 듣는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잘 마무리 되어 성과를 창출했다는 말도 듣는다. 중간중간 감사하다는 말과 최종 의사결정자가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 전화 또는 말을 한다. 최종 결과물이 보고서라면, 요청한 조직장이 완성된 보고서를 들고 와 도와준 부분을 강조하며 감사를 전한다.
도와준 팀을 사내에 널리 알려 일 잘하는 멋진 팀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사실, 요청과 협업은 타인과 조직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안된다. 진정성 있게 요청 받은 사항에 대해 최선을 다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사실 요청 받은 일을 할 때, 남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성과가 높을 수가 없다. 다 함께 회사 일을 하는 것이고, 일을 통해 성장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을 요청한 조직이나 담당자가 감사하는 마음을 적극 표현해 알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제조업을 하는 A사장은 근심이 많다. 젊을 때부터 일군 사업이고 인생의 전부이기 때문에 애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다들 자신의 일 마냥 열심히 해주었다. 그 덕분에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고, 아직 중견기업은 아니지만, 300명 넘는 임직원과 500억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회사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자신의 일이 아니면 하려고 하지 않고, 도전하려고 하지 않는다. 제조업의 특성 상, 어느 한 부서만 잘한다고 성과가 높은 것이 아니다. 전 공정, 전 부서가 하나가 되어 합심해야 하는데 이 곳 저 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초기 함께 일을 했던 본부장들과 회사의 이상 기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 시대적 현상이라고 한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젊은 직원들의 워라밸, 주 52시간 근무가 가져온 적당주의, 개인과 조직의 이기가 낳은 결과 아니겠냐고 한다.
다 맞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곳은 학교가 아닌 기업이기에 문제가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어떻게 해결해 성과를 내야하는가에 대해 각자 방안을 가지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A사장은 몇 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대리 이하 직급자 대상의 주니어보드 5명을 모이도록 했다. 이들에게 ‘회사의 병폐가 무엇인가?’ 10가지를 정하고 그 해법을 간략하게 적어 오라고 지시했다.
2주 후, 주니어보드는 10가지 병폐와 그 해법을 적은 보고서를 사장에게 보고했다.
가장 큰 병폐는 역시 개인▪조직 이기주의였고, 소통의 부재, 관계 중심의 조직문화, 책임 전가, 비전 불투명, 말 뿐인 했다주의, 미래 성장 동력의 부재, 협업 불가능 등이었다.
팀원들 대상으로 실시한 병폐에 대한 응답율은 모두 80점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대리가 중심이 된 주니어보드이고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대책은 정교하고 체계적이지 않았다.
병폐 중 사장이 눈 여겨 본 내용은 회사 전반적인 문화, 그 중 소통 부재, 관계 중심, 책임 전가, 했다주의, 협업 불가능이었다. 왜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 주니어보드에게 각자 어렵겠지만, 허심탄회하게 회사의 현 분위기와 심정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 명이 심각하게 말한다. “대부분 팀원들은 이곳을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5년 이곳에서 역량을 강화하고 업적을 쌓고 보다 좋은 회사로 이직할 생각 뿐이다. 이곳은 직원을 성장시켜주는 곳도 아니고, 배울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상명하복, 보수적 위계 문화는 즐거움과 별개로 부담스럽다” CEO는 아무 말 없이 경청한 후, “내가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가?” 질문한다.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왜 요청 시 거절하고, 협업이 되지 않을까?
이 회사는 언제부터 조직장 사이에 공식적인 업무 요청도 거절한다. CEO의 직접 지시가 아닌 경우에는 조직장 간의 업무 요청은 대부분 실행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EO지시사항에 의해 실시되는 협업도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고 서로 남 탓을 한다. 다행히 성공한 프로젝트는 그냥 넘어가지만, 실패한 프로젝트는 책임 문제로 시끄럽다.
요청한 부서의 조직장은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자세히 요청했건만, 엉망으로 작업하여 일이 실패했다고 한다. 반면, 요청 받은 조직장은 바쁜 가운데 일을 도와줬는데, 제대로 확인과 점검도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한 것은 요청한 부서의 잘못이라며 화를 낸다.
팀원들은 이 모습을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 곳에서 더 있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을 한다.
왜 요청을 거절하고 협업이 되지 않을까?
가장 큰 첫째 이유는 인원은 적고 할 일은 많기 때문이다. 내 코가 석자인데, 타 부서의 일을 도와주고 싶지만 도와 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전문성의 부족이다. 타 부서의 일을 처리할 만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셋째, 책임 소재이다. 사실 요청한 조직이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바쁜 가운데 시간과 노력을 다해 도와준 조직과 담당자가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 그 누가 돕겠는가?
조그만 일의 잘못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도전과 협력은 요원하다.
넷째, 요청하는 조직장이나 담당자의 무례한 언행이다. 안 들어주면 무슨 큰일이 날 것처럼 강요 또는 협박하는 언행에 기분이 상해 안 들어줄 수 있다.
기타, 너무나 촉박한 일정, 요청 받은 부서의 일이 아닌 경우 등등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조직과 구성원에게 요청할 것인가?
사실 타 조직과 구성원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조직과 구성원에게 인정과 존경을 받으면 된다. 자신의 업적과 역량이 뛰어나다고 조직과 구성원들이 인정과 존경하지 않는다. 기본 예절을 지키며, 올바른 인성과 전문성, 누구에게나 가까이 다가가 관심을 가져주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되면 된다.
사실 요청과 협업을 잘하는 조직과 구성원은 공통의 특징이 있다.
첫째, 거절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매우 겸손하다. 거절 시, 얼굴이 달라지거나 CEO지시 사항인데 이러면 안된다고 협박하거나, 이유가 뭐냐는 식의 따지는 언행을 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요청한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고,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불편과 부담을 주어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 거절을 당해도 기분 상하는 일이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거절 후 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기 때문에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고 바로 일에 매진한다.
둘째, 요청하는 순간보다 요청이 끝났을 때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요청도 정성을 다해 매우 미안해 하면서 부탁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요청한 일이 마무리 되었을 때 감동을 받게 한다. 5만큼 일을 했는데, 10 이상의 감사와 보답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요청한 일이 속한 전체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대해 수시로 이야기를 듣는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잘 마무리 되어 성과를 창출했다는 말도 듣는다. 중간중간 감사하다는 말과 최종 의사결정자가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 전화 또는 말을 한다. 최종 결과물이 보고서라면, 요청한 조직장이 완성된 보고서를 들고 와 도와준 부분을 강조하며 감사를 전한다.
도와준 팀을 사내에 널리 알려 일 잘하는 멋진 팀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사실, 요청과 협업은 타인과 조직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안된다. 진정성 있게 요청 받은 사항에 대해 최선을 다해 주는 것은 기본이다. 사실 요청 받은 일을 할 때, 남 일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성과가 높을 수가 없다. 다 함께 회사 일을 하는 것이고, 일을 통해 성장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을 요청한 조직이나 담당자가 감사하는 마음을 적극 표현해 알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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