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일색의 동양화를 다채롭게 꾸민 6인의 채색화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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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랑 그룹전
'현실과 환타지를 소요하다'
10월 14일까지
'현실과 환타지를 소요하다'
10월 14일까지
이숙자 청보리 벌판, 2021-2023
동양화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수묵화를 떠올리게 된다. 채색화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미지는 해방 직후부터 만들어졌다. 식민시대의 반발로 색깔을 칠하면 '왜색(일본풍)'이 묻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수묵화 일색의 동양화 구도는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일부 인기 작가의 채색 동양화는 '없어서 못 걸' 정도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그룹전 '현실과 환타지를 소요하다'는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는 미술평론가 김이순 전 홍익대 교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채색화가 6인의 작품 40여점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원혜경 선화랑 대표가 김 교수를 찾아가 “채색화를 진지하게 재조명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한 끝에 전시가 성사됐다. 원로 채색화가 이숙자를 비롯해 김인옥 유혜경 이영지 이진주 김민주 작가가 참여했다. 김 교수는 “정신적 수양을 강조했던 수묵화에 비해 채색화는 감성 등 인간의 일상과 좀 더 가까운 소재를 다뤘다”이라며 “보는 관객들에게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기 쉽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원로 채색화가 이숙자의 '보리밭'은 보릿고개를 넘어가는 우리 민족의 한을 석채(石彩·돌로 만든 안료)로 담아낸 그의 대표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부터 화랑 벽에 걸리기 하루 전까지 그린 '청보리 벌판'을 만날 수 있다. 민족의 정기를 표현한 2층의 대형 채색화 '백두산'도 주목할 만하다.
이영지 사랑 엮어가기, 2023
이영지 작가의 작품에서는 사물들의 형태를 하나하나 먹선으로 그리고 그 안을 색칠하는 작업 방식이 눈에 띈다. 그래서 그가 그린 작품 속 나무들은 잎 색이 모두 다르고, 하나하나 모양도 다르다. 색을 따로따로 칠하기 때문이다.
이진주 작가는 지금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성 작가 중 하나다. 이번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기간에만 선화랑 전시를 비롯해 송은, 영국의 세계적인 화랑 화이트큐브 개관전 등 세 곳의 전시에서 그의 작품을 걸었다. 이진주 오목한 노래, 2017
이진주 작가는 관람객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작가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자연 풍경을 캔버스에 옮기는 대신 화분, 열매 등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 속 자연의 조각을 모아 대형 채색화로 꾸몄다.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제목과 작품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상상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이번 선화랑의 그룹전은 화랑 전시인데도 비매품이 많다. 그만큼 작품을 사고 파는 것보다 관객에 선보이는 데 진심이라는 것이다. 동양 채색화가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충분한 전시다. 반짝반짝 빛나는 석채의 매력은 지나가던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 전시는 10월 14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동양화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수묵화를 떠올리게 된다. 채색화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미지는 해방 직후부터 만들어졌다. 식민시대의 반발로 색깔을 칠하면 '왜색(일본풍)'이 묻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수묵화 일색의 동양화 구도는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일부 인기 작가의 채색 동양화는 '없어서 못 걸' 정도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그룹전 '현실과 환타지를 소요하다'는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전시다.
이영지 작가의 작품에서는 사물들의 형태를 하나하나 먹선으로 그리고 그 안을 색칠하는 작업 방식이 눈에 띈다. 그래서 그가 그린 작품 속 나무들은 잎 색이 모두 다르고, 하나하나 모양도 다르다. 색을 따로따로 칠하기 때문이다.
이진주 작가는 지금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성 작가 중 하나다. 이번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기간에만 선화랑 전시를 비롯해 송은, 영국의 세계적인 화랑 화이트큐브 개관전 등 세 곳의 전시에서 그의 작품을 걸었다. 이진주 오목한 노래, 2017
이진주 작가는 관람객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작가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자연 풍경을 캔버스에 옮기는 대신 화분, 열매 등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 속 자연의 조각을 모아 대형 채색화로 꾸몄다.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제목과 작품 하나하나를 뜯어보며 상상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이번 선화랑의 그룹전은 화랑 전시인데도 비매품이 많다. 그만큼 작품을 사고 파는 것보다 관객에 선보이는 데 진심이라는 것이다. 동양 채색화가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충분한 전시다. 반짝반짝 빛나는 석채의 매력은 지나가던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하다. 전시는 10월 14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