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시 에민의 그림과 함께 벨기에의 조각가 버린드 드 브렉커의 작품이 나와 있다.
트레이시 에민의 그림과 함께 벨기에의 조각가 버린드 드 브렉커의 작품이 나와 있다.
상업 갤러리에서 좋은 전시를 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판매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단체전은 특히 그렇다. 작품 하나하나는 좋아도 전시를 통해 깨달음이나 감동을 전달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작가의 서로 다른 작품세계를 설득력있게 엮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데 ‘잘 팔리는 작품’만 나와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어있으니 가능성이 더욱 줄어든다.

서울 신사동 화이트큐브에서 5일 개막한 ‘영혼의 형상’은 드문 예외다. 이곳은 세계 정상급 갤러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화이트큐브가 호림아트센터 1층에 마련한 한국 지점이다. 테이트모던 큐레이터 출신의 수잔 메이 화이트큐브 글로벌 예술감독이 큐레이팅을 시도했다. “몸과 마음은 분리할 수 없으며 서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서 모티브를 따와 전시 주제를 ‘몸과 마음의 관계’로 정하고, 이를 탐구한 작가들의 작업을 모았다. 메이 감독의 도전은 어쩌면 화이트큐브의 개관전이었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전시장은 조금 아담하면서도 ‘화이트큐브스러운’ 순백의 벽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전시공간이 두 개 연결된 모양새다. 가장 안쪽의 좋은 자리는 화이트큐브의 대표 작가 트레이시 에민(60)의 작품이 걸렸다. 자신이 암과 싸우며 고통스러워했던 경험을 담은 신작 등이 이번에 출품됐다. 벨기에 출신 조각가 버린드 드 브렉커, 독일의 카타리나 프리치와 마르게리트 위모, 영국의 루이스 지오바넬리 등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장에 나와 있다.
카타리나 프리치의 손 모양 조각 작품.
카타리나 프리치의 손 모양 조각 작품.
루이스 지오바넬리의 회화 작품.
루이스 지오바넬리의 회화 작품.
이진주의 작품 세 점이 걸려있는 모습. 화이트큐브 제공
이진주의 작품 세 점이 걸려있는 모습. 화이트큐브 제공
한국 작가 이진주가 라인업에 포함된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국내 컬렉터와 관객들의 눈치를 보기 위한 ‘한국인 쿼터’는 아니다. 실제로 흰색 벽과 대비를 이루는 그의 회화 세 점은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다. 수잔 메이 큐레이터는 “그는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아주 흥미로운 작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시는 12월 12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