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테슬라가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도 독주하고 있다. 타사 대비 최대 70% 저렴한 가격이 인기의 비결이라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정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전역에 설치된 3만3400개의 고속 전기차 충전기 중 약 60%가 테슬라 제품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미국 각 주가 지원하는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경쟁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 전기차·충전기 분석회사인 EV어답션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 정부가 공모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의 약 18%를 테슬라가 낙찰받았다. 전체 보조금 7700만달러(약 1000억) 중 850만달러를 테슬라가 가져갔다.

테슬라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테슬라는 타사보다 20~70% 싼 가격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며 자신하고 있다. 실제 오하이오, 하와이, 펜실베이니아, 메인, 콜로라도 등 5개 주의 테슬라 평균 입찰가는 부지당 약 39만2000달러로 타사 평균인 79만5000달러의 절반 수준이었다.



테슬라가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수직 계열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레베카 티누치 테슬라 글로벌 충전 인프라 책임자는 지난 3월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모든 충전 장비를 자체 제조하고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메인주 한 입찰에서 다른 업체들이 전기차 충전기 비용을 대 당 13만달러로 제시한 반면 테슬라는 1만7000달러를 써냈다.

이러한 수직 계열화의 또다른 이점은 빠른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트럭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운반해 설치 부지에 내려놓은 뒤,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 테슬라는 전기차 충전기를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닌 전기차 판매 마케팅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파이퍼샌들러의 애널리스트는 2033년 테슬라 슈퍼차저 매출을 총수익인 7000억달러의 1.4%인 100억달러로 전망했다.

전기차 충전기 경쟁의 숨은 승자로는 편의점과 트럭 정류장 업체가 꼽힌다. 이들은 수십 년 간 고속도로 출구에 꾸준히 부동산을 매입해왔다. 이 부지에 테슬라 등 제조업체의 전기차 충전기를 구축·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 부지 중 약 73%가 편의점과 트럭 정류장으로 집계됐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