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의 야심작 뭐길래…세계 각국 견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월드코인' 프로젝트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야심작인 ‘월드코인’ 프로젝트가 세계 각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의 홍채정보를 기반으로 신원인증을 하고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등의 논란이 일자 각국 규제 당국이 조사에 나선 것이다.
3일(현지시간)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로이터는 지난 2일 올트먼이 공동 설립하고 지난 7월 출시한 암호화폐 월드코인을 면밀히 조사하는 국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230만명이 월드코인 프로젝트의 홍재인식 장치인 ‘오브’를 통해 홍채를 스캔하고 디지털 ID와 무료 암호화폐를 받았다. 올트먼은 “홍채 정보 ID를 통해 AI가 지배하는 미래 세계에서 자신이 인간임을 온라인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홍채 정보가 ‘디지털 신분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 운동가들은 월드코인 프로젝트의 데이터 수집을 비판했다. 이더리움 창업자인 비탈릭 부테린도 지난 7월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비롯한 각종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월드코인 측은 “생체인식 데이터는 암호화된 형태로 저장되며 규제 당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프랑스의 데이터 감시 기관인 CNIL은 지난주 월드코인의 파리 사무실에서 점검을 실시했다. CNIL은 월드코인 프로젝트의 생체 인식 데이터 수집 합법성을 두고 “의심스러운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아르헨티나의 데이터 규제 기관인 AAIP도 지난달 개인 데이터의 수집, 저장 및 사용과 관련해 월드코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관은 지난달 7일 월드코인 측에 위험 완화 및 개인 데이터 처리에 대한 법적 근거 등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영국 개인정보 보호 관련 당국인 ICO도 지난 7월 월드코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ICO는 ‘고위험 데이터’로 분류되는 홍채정보를 처리하려면 데이터 보호 영향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데이터 감시단가 민감한 생체 데이터의 대규모 처리에 대한 우려로 인해 작년 말부터 월드코인을 조사하고 있다. 독일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금융 규제 당국인 바핀도 디지털 화폐를 조사하고 있다.
케냐 정부는 지난달 2일 공공 안전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는 동안 자국 내에서 월드코인 사업 활동을 중단시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월드코인 측은 사업자 등록 과정에서 사업 목적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예비 검토에서 월드코인 측이 유인에 가까운 금전적 보상에 대한 대가로 소비자 동의를 얻는 등 우려가 제기됐다고 케냐 통신 당국과 데이터 보호 위원실이 설명했다. 포르투갈의 데이터 규제 기관인 CNPD도 월드코인의 현지 데이터 수집 작업을 조사했으며, 독일 바이에른 데이터 보호 당국과 접촉했다고 대변인이 말했다. CNPD는 “조사 결과를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채 스캔을 우려하는 이들은 생체정보의 경우 변경이 불가능해 타인이 도용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는 유출 및 도용 시 변경할 수 있지만, 홍채정보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 2020년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면서 지문‧홍채 등 생체정보를 민감정보로 분류했다. 국내에서도 월드코인의 홍채 스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 을지로, 광화문, 역삼동 등 3개 지역에 오브가 설치돼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