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지휘자 만프레트 호네크(왼쪽)와 소프라노 임선혜.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오스트리아 지휘자 만프레트 호네크(왼쪽)와 소프라노 임선혜.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오는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기공연 ‘만프레트 호네크의 차이콥스키 비창’을 연다. 미국 명문 악단 피츠버그 심포니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오스트리아 지휘자 만프레트 호네크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춘다. ‘고(古)음악계 디바’로 불리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가 협연자로 나선다.

공연은 드보르자크의 ‘루살카 판타지’로 문을 연다.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는 체코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물의 요정 루살카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에 연주되는 작품은 만프레드 호네크와 체코 작곡가 토마시 일레가 편곡한 곡으로 드보르자크 고유의 음악적 어법과 서정적인 선율, 몽환적인 악상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세 곡을 연달아 들려준다. 먼저 폴란드 작곡가 헨리크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 2악장을 노래한다. 아우슈비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곡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에 구금된 한 폴란드 소녀의 기도가 가사에 담겨있다.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 위촉곡이다. 이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아내에게 결혼 선물로 바친 작품 ‘내일!’과 모차르트 모테트 ‘환호하라, 기뻐하라’를 부른다. 모차르트 작품은 종교적인 가사를 담고 있는 오페라 아리아로 화려한 선율과 풍부한 색채감을 특징으로 한다.

2부는 차이콥스키 최후의 걸작인 교향곡 6번 ‘비창’으로 채워진다. 죽음을 9일 앞두고 초연한 이 작품은 어두운 음색과 비극적 정서가 주를 이루고 있다. 통상 교향곡이 느린 2악장과 빠른 4악장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과 달리 이 곡은 빠른 2악장과 3악장, 아주 느린 4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3악장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하며 마치 작품을 끝내는 듯한 느낌을 주며, 마지막 악장에서는 죽기 직전 서서히 꺼져가는 호흡을 형상화한 듯한 조용하면서도 애달픈 선율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