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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단지는 수익 생각에 오른다는데, 주변 신축 단지들 오르는 속도가 더 무섭습니다. 개발 호재까지 겹치니까 실거래가 오르는 속도는 강남이나 서초보다 낫죠. 오늘도 5억원 웃돈 매물을 계약하고 싶다는 매수자가 왔다 갔어요.”(이촌동 A공인중개 관계자)
원조 부촌으로 유명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 단지가 들썩이고 있다.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이 한창인 노후 단지뿐만 아니라 이미 정비사업을 마친 단지의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용산 주변 개발 호재에 맞물려 부동산 거래 회복세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금 보유량이 많은 ‘큰손’들이 움직이면서 실거래가도 크게 요동치는 모습이다.
한강자이 전용 203㎡, 50억 찍어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용산구 이촌동 전용 203㎡는 지난달 6일 49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같은 크기가 2021년 8월 45억원에 손바뀜했다. 2년 만에 5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사실상 50억원에 근접한다. 그러나 주변 공인중개사는 “상당히 저렴하게 거래된 편”이라는 반응이다. 해당 단지의 같은 크기 매물 호가가 최고 63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촌동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가 아님에도 가격 오르는 속도는 재건축 단지보다 빠르다”며 “비슷한 전용면적에 50억원대 거래가 다수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2003년 준공된 이 단지는 최고 25층, 10개 동, 656가구 규모다. 전용면적 66㎡부터 243㎡까지 다양한 크기가 있다. 준공 후 20년이 지났지만, 이촌동에선 단지 규모가 큰 데다 주거 환경이 좋아 선호 단지로 꼽힌다. 단지의 주차 대수는 가구당 2.57대다. 주차난이 심각한 인근 신축 단지보다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한강자이 인근 래미안챌리투스 역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전용 124㎡는 지난 6월 4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같은 크기 호가는 52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4월 같은 크기가 38억원에 손바뀜했다. 2개월 사이에 6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2015년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최고 56층, 3개 동, 460가구로 이뤄져 있다. 50층이 넘는 고층인 데다가 이촌동에선 최근 지어진 단지라는 게 장점이다.
호가만 63억 ‘재건축 대장’ 한강맨션
정비사업이 한창인 이촌동 내 기존 아파트도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촌동 내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한강맨션 전용 120㎡가 지난달 4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같은 크기는 39억500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최근까지 같은 크기만 4건이 거래되며 가격이 꾸준히 상승 중이다. 전용 167㎡ 역시 지난 6월 58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남은 매물의 호가가 63억원까지 올랐다. 이촌동 한 공인중개사는 “대다수 매물이 모두 소진됐다”며 “지금은 오히려 매수자가 매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했다.사정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인근 단지도 마찬가지다. 이촌동에는 한가람과 대우, 코오롱, 현대 등이 리모델링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2036가구 대단지인 한가람은 지난달 전용 84㎡가 21억원에 거래되며 전고점을 회복했다. 전용 114㎡ 역시 현재 호가가 30억원으로, 지난해 1월 고점(28억3000만원)보다도 높게 형성됐다. 코오롱은 전용 114㎡가 지난 6월 22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단지는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준주거로 종 상향이 가능해지면서 사업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은 이촌동 내 리모델링 단지 중에서도 사업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토지와 높이 규제가 상당 부분 완화되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도 크다”고 설명했다.
현장선 “과열 수준” … 투자 주의 필요
정비 사업지뿐만 아니라 기존 단지까지 가격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가격 상승세가 과하다”는 반응도 있다. 최근 규제 완화 소식에 따라 단지 매매가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단지마다 사업 속도가 다르고 위험 요소가 많아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 힘들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실제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한강삼익의 경우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 소유주간 갈등뿐만 아니라 아파트 조합원 사이에서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동마다 조망과 재건축 사업성이 달라 일부 동 주민은 아예 조합 해산과 분리 재건축을 요구하기도 했다. 바로 옆 왕궁아파트 역시 15년 넘게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사업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조합원 부담금이 큰 데다가 사업성을 높이기 어려운 1 대 1 재건축을 추진 중이어서 다른 단지에 비해 사업 논의 속도가 더딘 편이다. 리모델링 단지 역시 사업 속도가 제각각이어서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수익을 노리고 매수를 준비 중인 투자자가 많지만, 단지들이 과거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며 규제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현장에선 호가가 과도하다는 반응도 있는 만큼, 추격 매수는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