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와 과반수 노조
일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이도류(二刀流)로 미국 메이저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이도류는 일본 검술에서 양손에 무기를 하나씩 들고 싸우는 방식을 의미한다고 한다. 투수와 타자 중 어느 한쪽만 전념에도 될까 말까 한 메이저리그에서 오타니 쇼헤이는 만화 속 주인공처럼 두 역할을 최정상급으로 하면서 이도류로 불리고 있다.

노동법이 규율하는 영역은 크게 개별적 근로관계, 집단적 노사관계로 구분할 수 있고 전자는 근로기준법이, 후자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이 규율하고 있다. 그리고 ‘개별’, ‘집단’이라는 특성상 두 영역은 투수와 타자처럼 구분되어 있고 중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근로자의 개념도 달라서 골프장 캐디처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동조합 근로자인 직업도 여럿 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이런 노동법의 영역에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을 넘나드는 이도류가 있다. 과반수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법의 영역에서, 과반수 노동조합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을 주도하는 반면(제29조, 제29조의2 등)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제29조의4). 그리고 과반수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은 일반적 구속력이 인정되어 비조합원에게도 적용된다(제35조).

근로기준법의 영역에서, 우선 과반수 노동조합은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제94조 제1항). 그리고 과반수 노동조합은 ‘근로자대표’가 되어(제24조 제3항), 탄력적 근로시간제 및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도입(제51, 52조), 휴일 대체(제55조 제2항), 보상휴가(제57조), 출장 시 연장근로시간 간주(제58조 제2항), 근로시간/휴게시간 특례(제59조), 연차휴가 대체(제62조)에 있어서 서면합의권을 가진다.(그 외 산업안전보건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도 근로자대표의 여러 권한들이 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이 구별되는 영역이고, 각각의 법률에서 규정한 제도의 취지 또한 다를 수밖에 없는데, 과반수 노동조합이 이도류로 근로자대표를 겸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로서 서면 합의한 것이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지가 문제될 때가 있다. 노동조합법 제31조 제1항은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관련하여 판례는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한 합의를 문서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그 합의가 반드시 정식의 단체교섭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3다27429 판결).

관련하여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인 과반수노동조합과 체결한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합의가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0. 11. 24. 선고 2020나2007284 판결,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됨). 이러한 결론에 많은 전문가들 그리고 단체교섭 등 노사업무를 담당하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이 다르고, 과반수 노동조합이 두 법률에서 모두 역할을 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합의는 ‘근로자대표’의 지위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체협약 체결 이후에도 별도 합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무에서는 대체로 단체교섭의 결과물인 경우에 단체협약으로 이해하고 있고,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에 관한 노동조합법 제32조 제3항도 “당사자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라고 하여 이러한 실무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실무적인 측면을 논외로 하더라도, 일단 단체협약이 되면 (1)처분문서와 비교하여 그 해석에 관한 기본법리가 조금 다르고(단체협약은 노동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사이에 근로조건에 관하여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므로 그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두896), (2)최대 3년이라는 유효기간의 제한을 받는다. 따라서 과반수 노동조합인 근로자대표와의 근로기준법상 제도에 관하여 한 서면합의가 단체협약으로서의 지위도 가진다면 그 유효기간이 최대 3년이 된다. 서면합의로 도입된 근로기준법상 제도의 유효기간이 모두 3년이라면 실무상 혼란이 있을 것이고, 여기에 과반수 노동조합이 근로자위원을 구성하게 되는 노사협의회에서의 의결사항까지 고려하면 그 혼란은 더할 것이다.

한편, 판례상 단체협약에서 이미 정한 근로조건이나 기타 사항의 변경·개폐를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중에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평화의무’가 있고(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4042 판결,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두9919 판결), 사용자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사항의 변경·개폐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 이에 근로기준법상 제도에 대한 서면합의를 단체협약으로 보면, 그 유효기간(특별한 언급이 없다면 최대 3년) 동안 노동조합은 동 제도에 대한 변경·개폐 요구를 할 수 없는가?

노동조합법이 개정되어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최대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지 1년이 넘게 지났지만, 지금도 교섭자리에서 유효기간을 3년으로 하자고 하면 즉각 ‘농담하시는거죠?’, ‘교섭을 하지 말자는 말씀이에요?’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유효기간은 민감한데, 노동조합 측에서도 위와 같은 결론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근로기준법상 제도에 대하여 과반수 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로서 서면 합의한 것을 단체협약으로 보는 것은 어색하고, 실무상으로도 혼란이 있으므로, 투수 오타니와 타자 오타니가 다른 것처럼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의 제도는 구분하여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