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구리업체, 고철 사기로 수억 유로 손실…구리값 다시 뛰나 [원자재 포커스]
유럽 최대 구리업체 고철 사기로 수억 유로 손실…잇따른 사기 피해로 시장 충격
구리 선물가격 상승세…3.8달러 돌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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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는 가장 중요한 산업 원자재 중 하나로 건설 및 제조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돼 글로벌 경제 지표로 활용된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급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대형 구리업체가 대규모 사기 피해를 입어 시장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며 파운드당 3.8달러를 돌파하고 지난달 4일(3.86달러) 이후 한달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3.85달러에 거래됐다. 중국의 고무적인 구매관리자지수(PMI) 데이터로 인해 수요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게 상승흐름을 이끌었다는 진단이다. 시장에선 중국을 넘어 글로벌 구리 수요도 전기자동차 시장과 고속 성장하는 인도 경제에 힘입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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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 등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 최대 구리 생산업체인 아우루비스(Aurubis AG)가 구리 제련소에 공급하는 고철 선적과 관련해 대규모 사기피해를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금속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해당 사기로 이 업체는 잠재적 손실규모가 수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고, 해당 회사 주가는 급락했다.

아우루비스는 광산에서 구리를 채굴하는 것 외에도 오래된 케이블, 파이프, 전자 회로 기판 등 고철 등에서 구리를 정제해 생산한다. 이때 고철 공급업체가 금속 함량을 추정하고, 아우루비스는 육안 검사 후 금속 함량을 분석해 우선 업체에게 대금을 지불한다. 아우르비스 측은 "구리를 정제하는데는 4주 가량이 걸린다"며 "생산 과정에서 금속이 누락된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공급업체가 고철에 대한 세부 정보를 조작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사 샘플링 부서 직원들과 협력했다고 보고있다. 이 회사는 당초 예상한 올해 영업이익(세전) 4억 5000만~5억 5000만 유로를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 주가는 부족분을 감안해 더 이상 올해 수익 예측을 달성할 수 없다고 발표해 당일 주가는 15% 급락했다.

회사측은 "일부 공급업체가 세부 정보를 '조작'한 것으로 보이며, 샘플링 부서의 직원들도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리와 금, 팔라듐과 같은 기타 귀금속이 혼합돼 있는 폐전자제품에서 추출한 복잡한 재료는 육안 검사가 훨씬 더 어려워 샘플링 및 화학 검사에 더 많이 의존하는데 연루된 직원이 이를 과장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우루비스 뿐 아니라 트라피구라의 니켈 사기 등 최근 잇따른 금속업체들의 사기 피해 사건으로 금속 업계 신뢰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상품거래업체 트라피구라는 지난 2월 구매한 니켈 사기 피해로 약 6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최악의 경우 주요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신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금속 누락 사기피해가 지속되면 은행과 대형 트레이더는 운송 및 보관 서류의 담보가 신뢰를 잃게 돼 소규모 업체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고, 이로 인한 유동성 경색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