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낸 김종인 "정치적 극단주의 횡행…독일 정치에서 배우자"
국내에서 '독일통'으로 꼽히는 김종인 박사가 독일식 의회민주주의에 대해 들려주는 책을 발간했다. 독일이 '전범 국가'라는 멍에를 극복하고 합의형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비결을 배우자는 취지다.

신간 '전범에서 모범 국가로, 독일은 어떻게 1등 국가가 되었나'(이하 '독일은 어떻게')는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위한 고언을 담았다.

독일은 2차대전 이후 재편된 세계 질서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발전을 이룬 나라로 꼽힌다. 김 박사는 그 비결을 '정치'에서 찾는다. 독일 정치에는 '반성과 성찰의 태도', '사람을 키우는 시스템', '혁신과 조화', 그리고 '타협과 포용'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독일은 어떻게'에서 오늘의 독일을 가능케 한 키워드들을 종횡으로 분석하고 소개하면서,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향한 통찰을 제시한다. 아울러 정치적 극단주의가 횡행하고, 각국 이해관계가 나날이 복잡해지는 현 상황에서 독일식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질문을 던진다.

진보와 보수, 당을 가리지 않고 정치에서 활약한 김 박사. 그는 신간에서 "독일에는 보수도 없고 진보도 없다. 오로지 '정책'이 있을 따름"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각각의 사회적 과제를 놓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선후 차를 고민하고 미래를 논증할 따름이지, 특정한 잣대에 따라 '보수라면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 '진보라면 당연히 이래야 한다' 같은 도그마가 없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정치는 기본적으로 타협이고 협상이다. 서로 뜻이 다른 사람들끼리 ‘말’로써 푸는 것이 정치다"라며 " 정치가 싸움터가 되면 나라 전체가 전쟁터로 변질된다. 거칠게 싸워서 이기려는 사람들만 득세한다. 그게 어디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세상인가"라고 물었다.

그간 독일식 내각제를 주장해온 김 박사는 신간을 통해 재차 독일식 내각책임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승자 독식의 대통령중심제보다는 독일식 내각책임제가 정치 본연의 성격에 어울리며, 인간과 사회의 본연에도 어울리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책에서 "정치에 유일무이한 정답이란 없다"면서도 "다만 분명한 '방향'은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어느 시대 어느 국가든 정치는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답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먼저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