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삐걱대는 美 해상풍력, 한국엔 기회…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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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난‧고금리에 해상풍력 프로젝트 차질…한국 풍력주도 ‘출렁’
“공급난은 기자재 생산하는 한국 기업에 기회”
美‧EU 터빈 발주 규모 증가…“풍력 성장 계속된다” 해상 풍력발전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꼽힌 미국에서 진행되던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내 증시의 관련 종목들도 줄줄이 내리막을 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공급망 차질로 인한 부작용인 만큼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의 해상 풍력발전 관련 기업들에는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씨에스윈드(-3.93%), 씨에스베어링(-11.49%), 유니슨(-3.52%), 태웅(-7.35%) 등 풍력발전 관련주들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글로벌 1위 풍력발전 개발업체(디벨로퍼)인 오스테드의 주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5% 급락한 영향이 한국 주식시장으로도 이어졌다. 오스테드는 이날 미국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에서 모두 23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손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풍력발전 테마의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손상 가능성을 만든 배경은 △하부구조물 등 해상풍력 기자재 수급난으로 인한 단지 건설 지연 △미국 내 기자재 공급망 확보 부진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추가 보조금 수령 지연 △금리 상승으로 인한 단기 수익성 하락 등이다.
오스테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걸프만에서 진행된 3개 구역의 해상풍력발전 개발 프로젝트 입찰에서 2개 구역에 대해서는 입찰 참여자가 없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스웨덴 바텐팔(Vattenfall)이 영국 동북해 연안의 보레아스(Boreas)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를 건설비용 급증을 이유로 중단하기도 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금리와 계속되는 공급망 차질 이슈로 인해 최근 (해상 풍력발전 개발 프로젝트의) 수익성 우려가 높아졌다”며 “풍력 프로젝트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돼 (관련 종목들의) 밸류에이션 하락 압력이 지속되는 게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공급망 차질과 관련해 “터빈(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이 대형화되는 과정에서 계속되는 생산성 문제, 주요 부품 부족, 지멘스가메사의 5메가와트(MW)급 신규 터빈 품질 이슈, 해상풍력설치선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상풍력 개발업체 입장에선) 납기, 품질, 물량을 보장하는 부품사와의 긴밀한 협업이 잠재 손실을 줄여 실적을 개선하는 길”이라며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자재) 업체들이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에서 풍력발전 테마로 분류되는 종목들은 대부분 기자재 업체다.
SK오션플랜트는 가장 심각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하부구조물 시장에서 아시아지역 1위 업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오션플랜트는 국내에 대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전용 야드를 건설하고 있고, 잘 발달된 국내 해양 플랜트 공급망을 활용해 글로벌 점유율을 추가로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이번 오스테드의 주가 급락의 원인이 기자재 공급난이기 때문에, 오히려 SK오션플랜트의 가치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씨에스윈드는 풍력타워를 만들고 있으며, 미국의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 생산업체인 블라트의 인수 절차를 밟는 중이다. 명지운 연구원은 “(블라트)는 낮은 생산성, 충분하지 않은 설비투자로 난항을 겪고 있지만, 씨에스윈드가 정상화시켜 디벨로퍼의 하부 구조물 쇼티지 문제를 완화시켜줄 것”이라며 씨에스윈드가 하부구조물 시장에 뛰어든 배경이 디벨로퍼의 요청이라는 추측이 나올 만큼 고객사로부터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오스테드의 미국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 관련 손실의 주요 원인은 하부구조물 공급 차질로 알려졌지만, 향후 해상 풍력발전 기자재 전반으로 쇼티지(공급부족)가 확산될 우려가 제기됐다. 글로벌 에너지‧화학 컨설팅업체인 우드맥킨지는 2025년부터 타워와 나셀(터빈이 담긴 박스)의 공급이 부족해지고, 2026년에는 하부구조물 공급 차질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북미 지역에서 발주된 터빈은 7.7기가와트(GW) 규모로, 1년 전의 1.9GW 대비 3배 이상 커졌다고 한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풍력 터빈업체인) GE와 베스타스의 미국 수주는 3분기에도 양호하게 이어지고 있어, 올해는 미국 풍력 업황의 선행지표인 터빈 수주의 턴어라운드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지역에서의 올해 상반기 터빈 발주 규모도 9GW로, 1년 전의 7GW 대비 29% 늘었다. 러시아 화석연료 탈피를 위한 리파워EU(REPowerEU)에 따라 대부분 국가들이 해상풍력발전 목표를 도입하거나 상향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한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의 정책 지원이 고급리와 기자재 가격 상승 등의 부정적인 요인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확신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공급난‧고금리에 해상풍력 프로젝트 차질…한국 풍력주도 ‘출렁’
“공급난은 기자재 생산하는 한국 기업에 기회”
美‧EU 터빈 발주 규모 증가…“풍력 성장 계속된다” 해상 풍력발전 산업의 블루오션으로 꼽힌 미국에서 진행되던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내 증시의 관련 종목들도 줄줄이 내리막을 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공급망 차질로 인한 부작용인 만큼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의 해상 풍력발전 관련 기업들에는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美‧EU 해상풍력 프로젝트 잇따라 차질
한국거레소에 따르면 지난 4일 해상풍력발전기의 하부구조물을 만드는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는 1.39% 오른 2만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상승했지만, 지난달 30일 이후로 따지면 4.16% 하락했다.같은 기간 씨에스윈드(-3.93%), 씨에스베어링(-11.49%), 유니슨(-3.52%), 태웅(-7.35%) 등 풍력발전 관련주들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글로벌 1위 풍력발전 개발업체(디벨로퍼)인 오스테드의 주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5% 급락한 영향이 한국 주식시장으로도 이어졌다. 오스테드는 이날 미국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에서 모두 23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손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풍력발전 테마의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손상 가능성을 만든 배경은 △하부구조물 등 해상풍력 기자재 수급난으로 인한 단지 건설 지연 △미국 내 기자재 공급망 확보 부진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추가 보조금 수령 지연 △금리 상승으로 인한 단기 수익성 하락 등이다.
오스테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걸프만에서 진행된 3개 구역의 해상풍력발전 개발 프로젝트 입찰에서 2개 구역에 대해서는 입찰 참여자가 없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스웨덴 바텐팔(Vattenfall)이 영국 동북해 연안의 보레아스(Boreas)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를 건설비용 급증을 이유로 중단하기도 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아진 금리와 계속되는 공급망 차질 이슈로 인해 최근 (해상 풍력발전 개발 프로젝트의) 수익성 우려가 높아졌다”며 “풍력 프로젝트 지연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돼 (관련 종목들의) 밸류에이션 하락 압력이 지속되는 게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공급망 차질과 관련해 “터빈(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이 대형화되는 과정에서 계속되는 생산성 문제, 주요 부품 부족, 지멘스가메사의 5메가와트(MW)급 신규 터빈 품질 이슈, 해상풍력설치선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급망 차질로 기자재 생산하는 한국 풍력주 가치 부각”
해상풍력 발전 기자재 공급망 차질이 한국의 풍력발전 관련 종목들에는 기회라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기자재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기자재 생산업체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상풍력 개발업체 입장에선) 납기, 품질, 물량을 보장하는 부품사와의 긴밀한 협업이 잠재 손실을 줄여 실적을 개선하는 길”이라며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자재) 업체들이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에서 풍력발전 테마로 분류되는 종목들은 대부분 기자재 업체다.
SK오션플랜트는 가장 심각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하부구조물 시장에서 아시아지역 1위 업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오션플랜트는 국내에 대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전용 야드를 건설하고 있고, 잘 발달된 국내 해양 플랜트 공급망을 활용해 글로벌 점유율을 추가로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이번 오스테드의 주가 급락의 원인이 기자재 공급난이기 때문에, 오히려 SK오션플랜트의 가치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씨에스윈드는 풍력타워를 만들고 있으며, 미국의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 생산업체인 블라트의 인수 절차를 밟는 중이다. 명지운 연구원은 “(블라트)는 낮은 생산성, 충분하지 않은 설비투자로 난항을 겪고 있지만, 씨에스윈드가 정상화시켜 디벨로퍼의 하부 구조물 쇼티지 문제를 완화시켜줄 것”이라며 씨에스윈드가 하부구조물 시장에 뛰어든 배경이 디벨로퍼의 요청이라는 추측이 나올 만큼 고객사로부터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오스테드의 미국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 관련 손실의 주요 원인은 하부구조물 공급 차질로 알려졌지만, 향후 해상 풍력발전 기자재 전반으로 쇼티지(공급부족)가 확산될 우려가 제기됐다. 글로벌 에너지‧화학 컨설팅업체인 우드맥킨지는 2025년부터 타워와 나셀(터빈이 담긴 박스)의 공급이 부족해지고, 2026년에는 하부구조물 공급 차질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급망‧금리 악재, 美‧EU 정책지원으로 상쇄될 것”
공급망 차질과 금리 상승으로 풍력발전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 우려도 있지만, 한병화 연구원은 북미 지역으로부터의 터빈 수주 지표를 근거로 성장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반박했다.올해 상반기 북미 지역에서 발주된 터빈은 7.7기가와트(GW) 규모로, 1년 전의 1.9GW 대비 3배 이상 커졌다고 한다. 한 연구원은 “(글로벌 풍력 터빈업체인) GE와 베스타스의 미국 수주는 3분기에도 양호하게 이어지고 있어, 올해는 미국 풍력 업황의 선행지표인 터빈 수주의 턴어라운드를 확인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 지역에서의 올해 상반기 터빈 발주 규모도 9GW로, 1년 전의 7GW 대비 29% 늘었다. 러시아 화석연료 탈피를 위한 리파워EU(REPowerEU)에 따라 대부분 국가들이 해상풍력발전 목표를 도입하거나 상향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한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의 정책 지원이 고급리와 기자재 가격 상승 등의 부정적인 요인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확신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