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하늘에 오로라가?…디지털 기술로 창조한 자연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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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아셔가 선보인 '인공 오로라'
날씨 따라 다르게 보이는 매력
'佛 미디어아트 거장' 슈발리에
DDP 외벽 꽃·나무 디지털 전시
오는 10일까지만 관람할 수 있어
날씨 따라 다르게 보이는 매력
'佛 미디어아트 거장' 슈발리에
DDP 외벽 꽃·나무 디지털 전시
오는 10일까지만 관람할 수 있어
‘천사의 커튼’ ‘영혼의 샤워’ 등으로 불리는 오로라는 수많은 사람의 버킷 리스트에 오르는 이름이다. 눈에 넣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데,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 보니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목록의 단골메뉴가 됐다. 산 넘고 물 건너 북극 근처에 가도 흐린 날씨 때문에 허탕 치고 돌아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귀한 오로라가 4일 저녁 7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하늘을 수놓았다. 은은한 음악과 함께 초록색, 보라색 빛깔이 어우러지며 서울 하늘을 단숨에 북극 하늘로 바꿔놨다. 이뿐만 아니다. 저녁 8시부터는 222m에 달하는 DDP의 거대한 서측 외벽이 꽃과 나무로 물들었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기간을 맞아 DDP가 선보인 디지털 아트 작품들이다. 꽃과 나무를 디지털로 구현한 프랑스 출신 미디어아트 거장 미겔 슈발리에와 인공 오로라를 동대문 하늘에 띄운 스위스의 유명 설치미술가 댄 아셔를 최근 만났다.
슈발리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DDP처럼 거대하고 멋진 건물을 활용해 작품을 선보이다니 내 꿈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야외 건물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 게 올 1월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 때였으니, 8개월 만에 소원을 이룬 것이다.
슈발리에는 프랑스의 ‘국가대표급’ 예술가다. 미디어아트가 예술로 인정받지 못한 1980년대부터 수준급 작품을 꾸준히 선보인 덕분에 문화예술훈장도 받았다. “다들 미쳤다고 했죠. 아날로그 시대에 ‘디지털 예술’을 한다고 했으니…. 하지만 그때도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깨어있는 예술가’들이 있었습니다. 백남준처럼요. 그 덕분에 저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슈발리에는 이번에 인공지능(AI)을 작품에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DDP 건물에서 피어오르는 꽃과 나무, 잎사귀 등은 모두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창조해낸 그림이다. 작품 제목이 ‘메타-네이처 AI’인 이유다. 그는 “AI는 예술을 위협하는 괴물이 아닌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예술가에겐 새로운 기회를 주는 도구”라고 했다.
슈발리에가 DDP 외관을 배경으로 작품을 선보였다면 아셔는 도시 하늘을 캔버스로 삼았다. 그의 대표작은 전세계 38개 도시에서 선보인 인공 오로라 ‘보레알리스’다. 라틴어로 오로라가 있는 북쪽이란 뜻이다. 동대문 하늘을 수놓은 보레알리스는 그가 39번째로 만든 인공 오로라다.
그는 보레알리스에 대해 “나는 상황만 디자인하고, 환경이 완성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야외에서 연출하는 작품이라 온도, 습도, 풍속 등에 따라 오로라가 완전히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 눈엔 보이지 않는 광선을 층층이 겹친 후 그 위에 안개를 뿌려 가시광선이 되도록 만든다”며 “바람이 너무 강하지 않고, 구름이 끼지 않은 맑은 날일수록 실제와 가까운 오로라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보기에는 마냥 아름답지만 그 밑에는 진지한 고찰이 깔려 있다. 아셔는 “기술은 인류에 꼭 필요하지만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며 “인공 오로라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관객들이 ‘정말 기술이 자연을 대체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슈발리에 작품은 DDP 서측 앞면에서 저녁 8~10시, 아셔 작품은 잔디언덕에서 저녁 7~11시에 볼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KIAF-프리즈가 끝나는 10일까지만 만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이렇게 귀한 오로라가 4일 저녁 7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하늘을 수놓았다. 은은한 음악과 함께 초록색, 보라색 빛깔이 어우러지며 서울 하늘을 단숨에 북극 하늘로 바꿔놨다. 이뿐만 아니다. 저녁 8시부터는 222m에 달하는 DDP의 거대한 서측 외벽이 꽃과 나무로 물들었다.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서울’ 기간을 맞아 DDP가 선보인 디지털 아트 작품들이다. 꽃과 나무를 디지털로 구현한 프랑스 출신 미디어아트 거장 미겔 슈발리에와 인공 오로라를 동대문 하늘에 띄운 스위스의 유명 설치미술가 댄 아셔를 최근 만났다.
슈발리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DDP처럼 거대하고 멋진 건물을 활용해 작품을 선보이다니 내 꿈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야외 건물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 게 올 1월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 때였으니, 8개월 만에 소원을 이룬 것이다.
슈발리에는 프랑스의 ‘국가대표급’ 예술가다. 미디어아트가 예술로 인정받지 못한 1980년대부터 수준급 작품을 꾸준히 선보인 덕분에 문화예술훈장도 받았다. “다들 미쳤다고 했죠. 아날로그 시대에 ‘디지털 예술’을 한다고 했으니…. 하지만 그때도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깨어있는 예술가’들이 있었습니다. 백남준처럼요. 그 덕분에 저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슈발리에는 이번에 인공지능(AI)을 작품에 적용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DDP 건물에서 피어오르는 꽃과 나무, 잎사귀 등은 모두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창조해낸 그림이다. 작품 제목이 ‘메타-네이처 AI’인 이유다. 그는 “AI는 예술을 위협하는 괴물이 아닌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예술가에겐 새로운 기회를 주는 도구”라고 했다.
슈발리에가 DDP 외관을 배경으로 작품을 선보였다면 아셔는 도시 하늘을 캔버스로 삼았다. 그의 대표작은 전세계 38개 도시에서 선보인 인공 오로라 ‘보레알리스’다. 라틴어로 오로라가 있는 북쪽이란 뜻이다. 동대문 하늘을 수놓은 보레알리스는 그가 39번째로 만든 인공 오로라다.
그는 보레알리스에 대해 “나는 상황만 디자인하고, 환경이 완성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야외에서 연출하는 작품이라 온도, 습도, 풍속 등에 따라 오로라가 완전히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 눈엔 보이지 않는 광선을 층층이 겹친 후 그 위에 안개를 뿌려 가시광선이 되도록 만든다”며 “바람이 너무 강하지 않고, 구름이 끼지 않은 맑은 날일수록 실제와 가까운 오로라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보기에는 마냥 아름답지만 그 밑에는 진지한 고찰이 깔려 있다. 아셔는 “기술은 인류에 꼭 필요하지만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며 “인공 오로라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관객들이 ‘정말 기술이 자연을 대체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슈발리에 작품은 DDP 서측 앞면에서 저녁 8~10시, 아셔 작품은 잔디언덕에서 저녁 7~11시에 볼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KIAF-프리즈가 끝나는 10일까지만 만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