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오늘부터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3대 모터쇼인 ‘IAA 모빌리티 2023’에 처음으로 참가한다.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부품 시장 규모는 올해 1810억달러(약 236조원)로 스마트폰 부품 시장(1780억달러)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LG전자는 올해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장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2배 이상 키워 글로벌 10대 전장업체가 된다는 목표다. IAA 개막 전날인 어제 글로벌 가전업체로는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빌리티 사업 비전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가 참가해 LFP 배터리와 차량용 반도체 솔루션 등 첨단 전장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양사는 지난 1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도 ‘초격차’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 방산 3사도 오늘부터 열리는 폴란드 방산 전시회(MSPO)에 참가한다. 방산 수출의 최전선에 있는 폴란드에서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닦는다는 전략이다. 같은 기간 HD현대는 싱가포르 ‘가스텍 2023’에서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선보인다.

미래 신시장 선점, 탈중국을 위한 해외시장 다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향해 뛰고 있다는 잇단 소식은 고무적이다. 미·중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치열해지는 인공지능(AI) 기술 경쟁 등 국제 정세가 그야말로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 경제는 중국 경기 둔화와 수출 부진에 따른 무역적자, 저출산·고령화 심화 등으로 구조적인 저성장에 갇힐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동력은 오로지 글로벌 시장 선두에 서서 개방형 사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중소·중견기업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선도적 기업들이다. 반도체,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기술 생태계만 제대로 갖추면 10년, 20년을 먹고살 수 있다. ‘월드 베스트’ 기업과 제품을 많이 배출할수록 일자리와 소득이 늘고 다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기업들이 최적의 여건에서 경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완벽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