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설립 신고 없이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탈퇴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민주노총 탈퇴를 추진 중인 다른 노조·지부들의 움직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춘천2민사부는 지난 1일 전국공무원노조가 강원 원주시 공무원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 무효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조로서 실체를 가진 단체들 사이에서 단지 설립 신고 여부에 따라 노동조합법 18조 4항의 적용 여부를 달리 판단하고 차등을 둘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법 18조 4항은 노조에 총회 소집권자가 부재한 경우 조합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관할 고용노동청이 소집권자를 지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원주시노조는 전공노 소속 지부로 활동하다가 2021년 8월 24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및 전공노 탈퇴를 결의했다. 그러자 전공노는 탈퇴를 주도한 지부 임원들의 권한을 정지하고 제명한 뒤 탈퇴를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전공노 측은 “(원주시노조는) 일개 지부에 불과하므로 탈퇴 등 조직 형태 변경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선 원주시노조가 승소했다. 재판부는 “산별노조와 독립해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갖춘 지부는 자주적·민주적 결의를 거쳐 목적 및 조직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전공노는 곧바로 항소했다. 2심 진행 과정에선 노조법 18조 4항을 내세워 투표 당시 원주시지부가 정식으로 설립 신고가 안 된 ‘법외노조’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주시지부는) 기업별 노조와 비슷한 근로자단체로 일정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며 “설립 신고 여부만 놓고 달리 판단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