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중국, 北 비핵화에 건설적 노력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중국을 향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마땅히 건설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번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앞둔 시점에서다. 외교가에서는 “한·중 대화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물밑에서 이뤄지는 가운데 북한을 지렛대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AP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에서 날로 고조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 위협에 맞서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및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5일 출국한다.

현재 북한의 상황에 대해 윤 대통령은 “2011년 김정은 집권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에 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 한 체제 불안정성은 계속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경제의 높은 중국 의존도를 거론하면서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은 북한에 대해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요한 것은 중국이 그런 영향력을 사용할지, 사용한다면 얼마나 어떻게 할지”라고 짚었다. 이어 “북한 핵 개발이 역내 질서의 불안을 가중하는 등 중국의 국익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G20 회의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주요 자금원인 가상자산 탈취, 해외노동자 파견, 해상 환적 등 북한의 불법 행위를 적극 차단하고, 북한 정권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실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 기간에 소(小)다자회의 및 양자회담을 최소 14차례 열 것으로 내다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세안 회의 과정에서 캐나다·라오스, G20 회의에선 방글라데시·코모로와 양자회담이 추가 확정됐다”며 “이외 약 6개국과 추가로 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과의 양자회담은 개최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대신해 리창 총리가 G20 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측은 “중국과 어떤 식으로든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지금 (추가 양자회담을) 준비하고 있는 6개국 중에는 중국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