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 앞에만 주최 측 추산 5만명 집결
교대생·학부모들도 곳곳 검은 복장 추모 물결
'공교육 멈춤의 날' 전국 12만 교사 거리로
지난 7월 숨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이자 교육계가 '공교육 멈춤의 날'로 명명한 4일 전국에서 고인을 기리는 검은 물결이 일렁였다.

현직 교사는 물론 학부모·학생과 교대생까지 10만명 넘는 인파가 거리로 나와 애도를 표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병가나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가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현장체험 신청서를 내고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교사들 집단행동에 동참했다.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국회앞 5만, 전국 12만명 집회
이날 오후 4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추모집회에는 평일인데도 주최 측이 경찰에 신고한 2만명의 배를 웃도는 5만여명(경찰 추산 2만5천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더 이상 교사를 죽이지 마라.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하루빨리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측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도 7만여명(경찰 추산 1만4천여명)이 모여 전국에서 모두 12만명이 추모집회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공교육 멈춤의 날' 전국 12만 교사 거리로
부산시교육청에선 부산 교사 일동 주최로 1천5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추모제에 참석했다.

검은 옷을 입은 참가자들은 '교사 죽음 진상 규명', '교권 보호 법안 개정'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헌화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대구시교육청 앞에서도 지역 교사 1천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울산·창원·제주에서도 각각 추모집회가 열렸다.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는 광주교총과 전교조 광주지부, 광주실천교사, 광주교사노조 등 4개 단체 주최로 추모 행사가 열려 교사와 시민 4천여명이 모였다.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 서이초 교사 등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고소당하지 않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강원·인천 지역 교사들도 각각 시·도 교육청 앞에서 추모제를 열어 교권보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전국 12만 교사 거리로
◇ 교대 캠퍼스 촛불집회…서이초 헌화 행렬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전국 각지 캠퍼스에서 오후 7시 동시다발로 촛불집회를 열었다.

예비교사들은 최근 잇따른 교사들의 죽음을 '남의 일'로 바라볼 수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교대생 500여명은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촛불을 들고 "서이초 사건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모였다.

교육부와 국회가 나서 교사들의 죽음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임채성 서울교대 총장은 단상에 올라 "우리나라는 교육으로 발전한 나라인데 교육으로 불행한 나라, 교육이 불행한 나라가 됐다"며 "교육자를 존중하는 건전한 문화가 탄탄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진주·춘천교대 학생들도 교내에서 촛불집회를 열어 고인을 추모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전국 12만 교사 거리로
교대 교수들도 힘을 보탰다.

배성재 전국교대 교수협의회 연합회장은 춘천교대 촛불집회에서 "현 사태는 한 교사의 안타까운 사연이 아닌 참담한 교권 추락의 현실이자 전체 공교육의 붕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사망한 교사가 생전 근무한 서이초에는 추모객의 발걸음이 종일 이어졌다.

오후 3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추모제에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등이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동료 교사와 대학 후배가 편지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하나같이 슬픔에 젖은 목소리로 고인의 영면을 빌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한쪽 벽을 빼곡하게 채운 쪽지에는 '그곳에선 행복하세요',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남은 우리가 잘 만들어가겠다'는 글귀가 담겼다.

(오수희 형민우 전지혜 김잔디 양지웅 김용태 이강일 김상연 이미령 이준영 이율립 최윤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