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인수 이익 국가에 귀속해야" 주장도…UBS CEO "그러려면 국유화했어야"
UBS, CS 인수 후 순이익 급증…'헐값 인수' 논란 다시 고개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경쟁업체였던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 이후 내놓은 첫 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이 급증한 점을 두고 '헐값 인수'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4일(현지시간) UBS에 따르면 이 은행은 지난 2분기 순이익이 사상 최대 분기실적인 292억 달러(38조6천억여원)를 기록했다.

UBS의 작년 전체 영업이익(76억 달러·10조여원)의 4배 가까운 순이익을 올해 2분기에 실현한 것이다.

UBS가 파산 위기에 휩싸인 CS를 지난 3월 인수한 이후 처음 공개한 경영실적에서 순이익이 급증한 사실에 업계의 시선은 쏠렸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회계장부상의 자산 가치 급증 현상으로 여겨진다.

통상 인수합병 거래를 한 기업의 재무제표에는 영업권이 자산으로 잡힌다.

인수 대상 기업을 웃돈을 주고 샀으면 비용처리를 해야 하지만 반대로 싸게 인수했다면 그 차액만큼 자산이 커진 것으로 장부에 반영된다.

UBS는 재무적 위기에 처한 CS를 인수하면서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금액을 지불했다.

UBS의 CS 인수 가격은 32억5천만 달러(4조3천억여원)다.

CS 주주들은 아무리 CS의 시장 가치가 파산 위기 속에 쪼그라들었다고 해도 인수 직전 가격이 실제 UBS가 지급한 금액의 2배 이상은 됐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UBS가 회계장부에 소위 '마이너스 영업권', 즉 통상 가격보다 훨씬 싸게 CS를 인수해 큰 차액이 발생한 점을 명시한 것은 헐값 인수 논란에 다시 불씨를 지핀 모양새가 됐다.

이미 CS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취리히 법원에 투자 손실을 보장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적정 인수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CS가 UBS에 넘어가면서 손실을 봤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UBS의 분기 실적 발표 후 논란은 더 확산했다.

시장에서는 UBS가 싼값에 CS를 인수하면서 챙긴 이익은 국가에 귀속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실상 스위스 연방정부의 개입이 아니었으면 UBS가 CS를 인수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UBS가 이익을 고스란히 누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자 UBS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반박에 나섰다.

세르지오 에르모티 UBS CEO는 지난 2일 스위스 신문 존탁스차이퉁과 인터뷰에서 "이익이 국가에 귀속돼야 한다면 CS를 국유화해야 했다"며 "인수 거래의 리스크도 국가가 떠안고,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도 국가가 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르모티 CEO는 점점 경영 상태가 위험해진 CS를 예전부터 인수 대상으로 검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CS 인수는 2016년부터 검토했던 사안"이라며 "CS가 잘못된 사업 모델을 운영 중인 것을 알았고, 외국은행이 인수하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르모티 CEO는 CS 인수로 인한 기업 경제력 집중 우려에 대해서는 "실제 은행권에 발생할 위험은 한 은행이 잘못된 경영 전략으로 수렁에 빠지게 됐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