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대표작에서 발전한 작업부터 신작까지 130여점 전시
강서경이 펼쳐놓은 공감각적 회화의 세계…리움미술관 개인전
최근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주목받은 중견 작가 강서경(46)이 7일부터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강서경은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평면 회화에 머물지 않고 조각과 설치, 영상,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해 온 작가다.

작가가 암 투병 중에도 준비한 이번 전시는 초기 대표작에서 발전된 작업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된 신작에 이르기까지 130여점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리움의 M2 전시장과 로비에 펼쳐 놓는다.

현대적으로 보이는 그의 작업은 전통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한다.

격자가 기본이 되는 초기작 '정井'은 조선 시대 악보인 '정간보'에서 음의 길이와 높이를 표현하는 '우물 정'자 모양의 사각 칸(間)에서 착안한 것이다.

회화 작업인 '모라'(Mora)는 장지나 비단을 수평으로 펼친 채 농담을 달리하는 먹과 색을 겹겹이 스미게 해 반투명한 물감층의 흔적을 쌓아 올리는 작업이다.

겹쳐 칠하면 아래층의 색이 사라지는 유화와는 달리 쌓아 올린 물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시간의 층위를 볼 수 있는 동양화의 특색이 드러난다.

전시에서는 평면 회화 외에도 탑처럼 쌓거나 '정井'의 틀(프레임)과 결합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선보인다.

강서경이 펼쳐놓은 공감각적 회화의 세계…리움미술관 개인전
'자리' 연작은 작은 화문석(돗자리)이 무대가 되는 조선 시대 1인 궁중무용인 '춘앵무'에서 착안한 것이다.

작가는 무용수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작은 화문석에서 사회 속 개인의 영역을 떠올리기도 하고 회화 매체의 변형을 실험하기도 한다.

전시에서는 화문석과 금속 격자 틀을 겹친 작업 등 다양한 형식과 크기의 '자리' 작품을 볼 수 있다.

옛 그림 속 산의 능선에서 모티브를 얻은 조각 설치 연작 '산'과 모빌 형태의 '귀' 연작과 전시작들을 스크린으로 가져와 움직임과 소리를 더한 영상 작업 '버들 북 꾀꼬리' 등은 새로 선보이는 작업이다.

전통 가곡 '이수대엽'(二數大葉) 중 '버들은'에서 따온 전시 제목 '버들 북 꾀꼬리'는 이번 전시를 이해하는 데 힌트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여/ 구십 삼춘 짜내느니 나의 시름/ 누구서/ 녹음방초를 승화시라 하든고/'(이수대엽 '버들은')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의 움직임을 마치 베를 짜는 북으로 표현했던 이 노랫말처럼 전시는 여러 작품을 씨실과 날실로 연결된 하나의 풍경처럼 펼치고 관객들이 그사이를 거닐며 공감각적으로 확대된 회화의 세계를 느껴볼 것을 권한다.

강서경이 펼쳐놓은 공감각적 회화의 세계…리움미술관 개인전
4일 만난 강 작가는 "나에게 그림이란 그 시대의 움직임과 풍경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감각적인 것"이라면서 "우리 미술에서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을까를 고민하면서 그것들을 풀어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수만 마리의 꾀꼬리들이 풀어져 있는 상태"라면서 "미술이라는 언어 속에서 다양한 형식과 재료들을 사용하며 고민해왔던 것들을 한데 모은 장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곽준영 리움 전시기획실장은 "강서경이 주목받는 지점은 이 모든 확장의 시작점이 회화, 다시 말해 동양화라는 점"이라면서 "많은 전통에서 참조할 점을 가져와 현대미술의 언어와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승화하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리움이 2004년 개관 이래 네 번째로 여는 한국 작가 개인전이다.

리움은 7월 시작한 김범 전시에 이어 강서경까지 한국 작가 개인전을 올해에만 두 번째 열고 있다.

리움 측은 "한국 작가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프리즈 서울 등) 세계 각국 미술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는 시기에 한국 작가 전시를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12월31일까지. 유료 관람.
강서경이 펼쳐놓은 공감각적 회화의 세계…리움미술관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