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오색 빛' 담은 나전칠기…800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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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나전칠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이 800여년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7월 일본에서 들여온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를 6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유물은 그동안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지난 7월 일본에서 들여온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일본 개인 소장가의 창고에서 130여년 동안 보관돼 일본에서조차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재단의 일본 현지 협력망을 통해 최초로 확인됐다. 이후 1년여간 진행된 조사와 협상 끝에 문화재청이 긴급 매입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이번에 환수된 유물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소형 상자' 형태로, 어떤 용도로 쓰였을지는 앞으로 밝혀나가야 할 숙제"라고 했다.
고려 나전칠기는 예로부터 뛰어난 품질로 정평이 났다. 12세기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송나라의 서긍(徐兢)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나전 솜씨가 세밀하여 가히 귀하다”라고 썼고, <고려사(高麗史)>에도 이미 11세기에 고려 조정이 나전칠기를 송(宋), 요(遼) 등 외국에 선물한 기록이 나온다.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통상 고려 나전칠기는 오래된 제작 연대로 인한 목재가 부식하는 등 온전한 형태로 남기 어렵다. 이번 유물은 목심의 변형과 나전의 금속선 등 장식물의 탈락 등 심각한 손상이나 덧칠된 부분이 거의 없다. 나전 본연의 영롱한 오색 빛깔도 간직했다. 최 청장은 "이렇게 보존 상태가 완벽한 형태의 나전칠기는 처음 본다"고 했다.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되면서 나전칠기 전통 기술 복원을 위한 연구와 일반 전시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