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서 하반신 마비…원청이 재하청 관계 알았고 관련 업무 요구도
대법 "재하청근로자 산업재해, 원청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종합)
재하청업체 근로자가 일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경우라도 일하게 된 경위에 따라 원청업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한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지난달 18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2월 신축공사 현장에서 배전반을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이 작업의 원청은 전기통신공사업을 하는 B사였고 B사와 배전반 설치 계약을 맺은 회사(하청업체)가 인력용역회사(재하청업체)에 의뢰해 A씨가 투입됐다.

A씨는 B사가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2015년 2월 소송을 냈다.

보험계약은 B사 소속은 물론 하청업체 근로자가 입은 손해도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보험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사는 A씨를 하청업체 근로자로 볼 수 없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재판의 쟁점은 보험 약관상 '하청업체 근로자'에 재하청업체 근로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A씨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다시 뒤집고 재하청업체 근로자인 A씨에게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B사가 재하청 관계를 미리 알고 있었고 이를 하청업체에 요구하기까지 했던 점이 핵심 근거가 됐다.

B사와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는 배전반을 제조할 뿐 운반·설치할 능력은 없었다.

이런 상황을 설명하자 B사가 '작업을 할 전문업체를 구해 설치 작업까지 마쳐달라'고 요구했고 협의 결과에 따라 견적서에도 '도비(운반·설치) 용역 포함'이라고 기재됐다.

대법원은 이에 "비록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 도급계약 체결 당시부터 작업의 상당 부분인 운반·설치 작업이 B사의 요구에 따라 재하청업체가 담당하기로 예정돼 있었다"며 "재하청업체와 그 근로자인 원고(A씨)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공동피보험자 및 담보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다만 "근로자재해보상보험에서 일반적으로 재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의 재해도 보장한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원고가 속한 업체가 원청과 직접 계약 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운반·설치 작업을 담당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춰 해당 업체도 이 사건 보험에서 정한 '공동피보험자(하청업체)'에는 해당한다고 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