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추적해 '자폐 스펙트럼' 조기 진단한다
자폐 스펙트럼은 빠르게 진단할수록 예후(치료 경과)가 좋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간 아동마다 개인차가 크고 발달 수준과 시기, 환경적 요인에 따라 증상이 다양해 신속한 진단이 쉽지 않았다. 미국 연구진이 아동의 눈동자를 추적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정립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활용하면 16~30개월 아동의 자폐 스펙트럼을 조기 진단하고 진단 절차를 자동화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국 에모리대 연구진이 아동의 눈동자 움직임으로 자폐 스펙트럼 증상을 정량화하는데 성공해 국제학술지 '미국 의학협회지(JAMA)' 9월 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6~30개월 아동 5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이 담긴 비디오를 시청하게 한 뒤 초당 120회의 속도로 눈동자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했다. 영상 내용 중 아이들이 어떤 정보를 습득하고 어떤 정보를 보지 않는지를 매 순간 판단한 뒤 자폐 스펙트럼 여부에 따른 차이를 분석했다. 일례로 놀이터에서 두 아이가 놀고 있는 화면에서 정상 아동은 아이들의 모습에 시선이 가는 반면 자폐 스펙트럼 아동은 놀이기구에 더 시선이 가는 식의 차이가 있었다.

사회적 장애 수준과 언어 능력, 비언어적 학습 능력에 대해 정량화한 지표를 기준으로 자폐 스펙트럼 여부를 자동 판단한 결과는 현재 전문임상의들의 판단과 높은 정확도로 일치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전문임상의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판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자폐 스펙트럼은 '시간이 생명'이라고 말할 만큼 빠르게 진단할수록 예후가 좋다. 다만 아동의 자폐 스펙트럼이 의심돼도 실제 진단을 받기까지는 간극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의 발견 시기는 평균 3.1세, 진단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5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3세에 자폐 스펙트럼을 발견해도 4.6세가 돼서야 대처하게 된다는 의미다. 소아청소년과의 부족으로 진료 대기가 일반적으로 1년 이상 걸리는 점도 문제다. 특정 사례에서는 언어 능력에는 문제가 없어 빠르게 알아채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에이미 클린 미국 에모리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이 의심되는 아동이 실제 진단 받기까지 약 2년이 걸린다"며 "자폐 스펙트럼 지표는 이런 간극을 줄여줄뿐 아니라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는데 전문임상의에게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아이즈온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아동의 시선을 측정하는 앱 '아이보아'를 개발했다. 에모리대 연구진의 전략과 유사하게 아동의 시선을 정밀 측정·분석해 자폐 스펙트럼 위험 아동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아이즈온은 7월 중소기업벤처부가 개최하는 'W-스타트업 어워즈'에서 최우수상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