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등록 말소된 수출용 차량 불법방치에 강제 조치
[현장] 인천 꽃게거리 점령한 '유령 중고차'…족쇄로 철퇴
5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꽃게거리.
점심 장사가 끝나고 한산해진 거리에 형광 조끼를 입고 목장갑을 낀 공무원 20명이 나타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3∼4명이 조를 이뤄 공영주차장에 번호판 없이 방치된 중고차를 찾아낸 뒤 이동 제한 장치인 '족쇄'를 채웠다.

바퀴에 채워진 철제 잠금장치는 불법 주차된 차량이 견인될 때까지 이동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는 역할을 한다.

공공시설물인 장치를 임의로 파손할 경우 형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형이나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문도 부착됐다.

그동안 이곳 거리에는 인근 중고차수출단지(옛 송도유원지 터)에서 취급하는 수출용 중고차들이 무분별하게 방치돼 상인과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꽃게집 업주 박모(66)씨는 "수출업자들이 아무렇게나 중고차를 세워 장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며 "가게 앞에서 대놓고 중고차 거래를 할 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꽃게거리 일대 400m 구간에 주차된 차들을 직접 살펴본 결과 번호판이 달리지 않은 중고차 대수만도 20대가 넘었다.

차량 앞 유리에는 알아보기 힘든 아랍어와 숫자들이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덕지덕지 붙은 계고장은 강제 조치가 여의찮은 상황임을 짐작게 했다.

실제로 지난 2∼8월 송도꽃게거리 일대 공영주차장에서 무등록 수출 대기 차량 400여대가 단속됐지만, 모두 계고장 부착에 그쳤다.

[현장] 인천 꽃게거리 점령한 '유령 중고차'…족쇄로 철퇴
관할 자치구인 연수구는 그동안 이들 차량에 대한 견인 조치가 어렵다고 판단했으나 불편 민원이 잇따르자 특단의 조치를 강구했다.

연수구는 최근 법률 자문을 거쳐 불법 차량을 강제 조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대응에 나섰다.

앞으로 방치된 중고차에는 족쇄가 채워지며 순차적으로 견인 조처된다.

우선 '자진 이동 명령'이 내려진 이후 공영주차장에서는 5일간, 이면도로의 경우 15일간 유예 기간을 거친다.

연수구가 이날 꽃게거리 일대 차량 10여대에 이동 제한 장치를 설치하고 견인에 나서자 인근 상인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곱창집을 운영하는 변모(45)씨는 "골목골목 방치된 중고차들이 상권에 악영향을 미쳐왔다"며 "단속이 꾸준하게 이뤄져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수구 관계자는 "자체 단속반과 함께 주민 감시단을 현장에 투입해 불법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