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 시작된 전관예우가
全공공기관의 反경쟁 담합으로
'회전문 취업' 제한만으론 한계
공직자 권한 축소가 근본 해법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철근 누락을 부른 설계와 감리 부실이 LH 전관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어 이번 사태를 전관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아직 섣부른 감이 있다. 하지만 전관 문제로 연결 짓는 여론에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공직자 부패의 전형이 전관예우’라는 불신이 깔려 있다.
전관예우는 주로 법조계에서 대두됐다. 1960년대 가난한 법관이 변호사 개업할 때 이들을 배려한 것으로 시작됐고 점차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이후 부정의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는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법조계에서 시작된 전관예우는 다른 행정 분야로 퍼져나갔다. 특히 감독기관에서 문제가 됐는데, 2019년 국내 한 연구에 의하면 금융감독원 출신 전관을 채용한 금융회사는 전관 채용 이후 위험관리 성과가 개선되지 않았는데도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받을 확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전관예우는 법조와 감독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공공기관 분야의 문제가 됐다. 더 이상 ‘예우(禮遇)’로 표현되는 은밀하고 용인할 만한 거래가 아니라 ‘카르텔(cartel)’로 표현되는 노골적이고 반경쟁적인 담합이 돼 버렸다. 시장 경쟁을 보호하기 위해 척결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예우든 카르텔이든 이 부조리의 발현에는 ‘회전문’ 취업시장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공직자가 뇌물을 받지 않으면서도 전관 업체에 부당한 이득을 주는 이유는 선배에 대한 예우라기보다 그래야만 차후 본인도 유관 기업에 취업해 전관으로서 대관 업무를 하며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와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회전문 취업시장이 활성화됐다.
이런 이유로 그간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 대책은 공직자의 회전문 취업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를 도입해 재산등록 의무자였던 퇴직공직자는 퇴직 전 5년 동안 근무했던 부서와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이 제도로 인해 공직자의 유관 기업 취업이 제한된 사례는 극히 드문 형편이다. LH의 경우에도 지난 2년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은 21명 중 취업이 불허된 퇴직공직자는 1명에 불과했다. 이는 제도의 취지대로 퇴직공직자가 전관예우의 문제 소지가 없는 기업에만 취업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실제 문제가 있어도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심사를 통과하거나 심사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어찌 됐든 회전문 취업 제한이 실효적이지 않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이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회전문 취업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전문 취업은 공공의 부족한 재원으로는 충당할 수 없는 보상과 기회를 제공해 공직자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역할을 한다. 또한 공공업무에서 쌓은 인적자본을 활용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공직자의 동기를 유발할 만한 보상체계 개선 없이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회전문 취업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회전문 취업시장은 전관예우의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근본 원인은 아니다. 전관예우는 공공기관이 사기업과 관련한 자원 배분에 관여하면서 공직자가 그 권한을 부당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공공기관의 업무 영역과 공직자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더 많은 영역에 관여하고 더 많이 규제하면 그만큼 공공기관과 공직자의 권력이 확대되고 이는 전관예우의 씨앗이 된다. 결국 작은 공공기관으로 전관예우의 씨앗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