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블록체인 행사입니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블록체인 전문 커뮤니티 빌더인 팩트블록과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가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지난 5~6일 열린 메인 행사인 '임팩트'에는 6000여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는데요. 한경 긱스(Geeks)도 현장에 방문했습니다.
넥슨 블록체인본부에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총괄하는 황선영 그룹장이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3' 콘퍼런스 대담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넥슨 블록체인본부에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총괄하는 황선영 그룹장이 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 2023' 콘퍼런스 대담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임의 '경험'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게임 콘텐츠뿐 아니라 유저들이 만드는 창작물부터 커뮤니티에서의 다양한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합쳐져야 합니다. 기존 게임 생태계에서는 게임사와 커뮤니티 창작자가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이 어려웠죠. 이를 가능케 하는 게 블록체인입니다."

황선영 넥슨 블록체인본부 그룹장은 지난 5~6일 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 2023(KBW 2023)의 메인 콘퍼런스 '임팩트' 대담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이 행사는 블록체인 전문 커뮤니티 빌더인 팩트블록과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행사다.

황 그룹장은 2014~2015년 넥슨의 대표 장수 게임인 '메이플스토리'를 총괄하는 디렉터를 맡은 바 있다. 지금은 넥슨 블록체인본부에서 메이플스토리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중심 게임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개발을 이끌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핵심 프로젝트는 NFT 게임인 '메이플스토리 N'이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아이템을 획득하고 이를 NFT로 만들어 유저들끼리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진=넥슨
사진=넥슨

넥슨이 내세운 'NFT 메이플스토리'는

이날 대담은 황 그룹장과 함께 힐마 패터슨 CCP게임즈 대표가 참석했다. 아이슬란드 게임사인 CCP게임즈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이브온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브온라인은 인게임 경제가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두 사람은 '지속가능한 블록체인 게임의 미래'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황 그룹장은 이날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의 핵심 시스템을 공개했다. 그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아이템'이다. 플레이어가 아이템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느껴야 게임이 장수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위해 '다이내믹 밸런싱'이라는 매커니즘을 도입하기로 했다. 게임 내 수억 개 아이템의 총 배포 수량을 미리 정해놓는 방식이다. 모든 수량이 배포되면 더 이상 아이템이 드롭되지 않는다.

황 그룹장은 "예를 들어 A라는 아이템이 일주일에 1000개만 나온다는 주간 단위 상한선을 설정하고 첫 이틀 간 1000개의 아이템이 모두 나오면 이후 5일 동안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식"이라며 "또는 일주일 동안 아이템이 100개밖에 나오지 않았다면 수량이 이월돼 그 다음주에는 1900개까지 나올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아이템의 예측 가능성을 미리 마련해놓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게임사뿐 아니라 다양한 창작자들이 아이템을 생성하는 주체가 된다. 창작자들이 게임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아이템을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을 나눠주면서 게임을 운영할 계획이다. 황 그룹장은 이를 '아이템 크리에이팅 어빌리티'라고 정의했다. 창작자들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아이템을 공급하면 자연스럽게 수요와 맞춰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다이내믹 밸런싱과 아이템 크리에이팅 어빌리티가 결합된 게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시스템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온라인게임은 항상 활황기인 만큼 '타이밍'을 재기보다는 꾸준히 혁신성을 갈고 닦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행사에 메이플 前 디렉터 등장한 이유 [긱스]

블록체인 확장하는 게임사들

황 그룹장을 필두로 넥슨은 블록체인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올해 안에 넥슨코리아 블록체인본부 소속 임직원 80여 명의 인력을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인 넥슨유니버스에 이관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돕겠다는 취지다.

이 분야 전문성을 갖춘 회사와의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넥슨은 이날 대담에 참석한 CCP게임즈에 지난 3월 4000만달러(약 530억원) 규모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CCP게임즈는 블록체인 기반 대형 게임 신작을 만들고 있는데, 넥슨이 블록체인 게임사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토콜인 폴리곤과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폴리곤은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으로, 누적 6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에 폴리곤의 앱체인 솔루션인 '폴리곤 슈퍼넷'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5월엔 암호화폐 지갑 '페이스월렛'을 만든 스타트업 해치랩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페이스월렛을 도입해 웹3 게임에 처음 입문하는 유저들도 쉽게 지갑을 생성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SNS 계정으로 지갑을 만들고, NFT 거래는 6자리 핀코드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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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생태계에 블록체인이 접목되는 건 최근 가속화되는 추세다. 넥슨뿐 아니라 유비소프트, 컴투스 같은 대형 게임사도 앞다퉈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번 KBW에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라 블록체인으로 확장하는 게임 생태계에 대한 계획을 내놨다. 장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웹3에서 쓸모있는 건 '게임'이고, 여기서 승부를 봐야 한다"며 "NFT와 DAO의 이중구조가 블록체인 생태계에서의 성공 열쇠"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날 무대에서 다양한 블록체인을 상호 연결해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위믹스의 새로운 프로젝트 ‘우나기'를 공개했다. 그는 “'우나 월렛'을 통해 이종 체인 간 자산을 하나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8개의 서로 다른 체인 생태계가 위믹스와 융합돼 거대한 메가 에코 시스템을 형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의 돌풍도 거세다. 지난해 시드(초기) 투자 라운드에서 420억원을 끌어모아 '잭팟'을 터뜨렸던 블록체인 게임 개발 플랫폼 이스크라는 올해 KBW 행사에 참여했다. 세계 1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줄리아노 옥타비아누스 아시아 시장 총괄과 벤 콜라이코 이스크라 최고사업책임자(CBO)이 무대에 올라 대담을 진행했다. 코인베이스의 메인넷 '베이스'는 이스크라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이스크라는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스크라는 게임 플랫폼으로는 유일하게 베이스의 주요 아시아 및 신흥 시장 웹3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글로벌 1억명 유저를 대상으로 회사가 개발한 게임인 클래시몬의 NFT 프리민팅을 개최하기도 했다. '스텔라 판타지'를 만든 링게임즈나, '나인 클로니클'을 개발한 나인코퍼레이션 등도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서 활동 중이다.

그밖에도 이번 행사에서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도 온라인 강연자로 등장했다. 그는 이더리움 생태계의 확장과 데이터 증가로 인해 노드 운영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드 운영을 쉽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탈중앙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샌디프 네일월 폴리곤랩스 공동창업자 △에드 펠튼 오프체인랩스 설립자 △아서 헤이즈 말스트롬 CIO △댄 헬드 트러스트 머신스 마케팅 고문 △파스칼 고티어 렛져 CEO △세르게이 나자로프 체인링크 공동설립자 등이 주요 연사로 나섰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