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팔이 안 되면 왼팔로…이원호는 '금빛 방아쇠'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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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갑자기 총 쏘는 오른팔에 떨림 증세…"사실 그만뒀어야"
매일 왼팔로 아령 들고 버티기 훈련…"최고 기록 85점 넘는 게 목표" "사실 그만뒀어야 하죠."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종목 10m 공기권총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이원호(24·KB)는 오른손잡이지만 왼팔로 총을 쏜다.
고등학교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총을 쏘던 오른팔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원호는 5일 오후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왼팔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원호의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총을 쏘는 팔을 바꾼다는 건 사격 선수로써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이원호는 "사실 그만뒀어야 했죠"라고 단정 지었다.
이원호는 "고등학교 때 처음 떨림을 감지했을 때는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단순 부상인 줄 알았다"고 덤덤히 털어놓았다.
사격 선수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어깨충돌증후군 진단을 받기는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덜덜덜'하는 떨림이 심해졌다.
떨림의 원인에 대해 병원마다 신경, 근육, 심리적인 문제 등을 짚었지만, 대형 병원에서 진찰받을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정확한 원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던 이원호가 계속 총을 잡은 건 관중석에서 들려온 한 마디였다.
"쟤 이원호 아냐? 그런데 총을 왜 저렇게 쏴?"
자존심을 제대로 긁힌 이원호는 '이대로 사격을 그만둘 수 없다'는 집념을 갖게 됐다.
상상만 하던 왼팔 사격은 중학교 시절의 코치를 대학교에서 재회하면서 현실로 옮겨졌다.
'왼팔로 해보자. 많이 도와주겠다'고 손을 건넨 코치 덕분에 이원호는 대학교 1학년이던 2018년 여름, '맨땅에 헤딩'을 시작했다.
과녁을 정확히 조준하기 위해서는 팔과 어깨가 약 1.5㎏의 권총을 잡은 채 그대로 멈춤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원호는 훈련이 있는 날이든 없는 날이든 3㎏짜리 아령을 왼손으로 들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훈련에 매진했다.
숟가락질 등 오른팔로 하던 것을 점차 왼팔로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글쓰기 빼고는 왼손으로 못 하는 일이 없다.
그래도 뼛속부터 오른손잡이인 건 어쩔 수 없다.
왼손을 오른손만큼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 보니 문제점이 생겨도 자유자재로 빠른 시간 안에 고치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유를 알 수 없이 떨리는 오른팔처럼 왼팔도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그래서인지 사격을 왼팔로 시작한 이래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을 가진 적도 없다.
이원호는 훈련 과정에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의 크기에 대해 "다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였다"고 표현한 뒤 오른팔을 치료해 떨림이 사라진다면 "다시 오른팔로 총을 쏘겠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그저 훈련에 매진할 뿐"이라는 이원호는 이제 항저우에서 금빛 방아쇠를 당기고자 한다.
이원호는 "국제 대회 개인 최고 기록인 85점 이상만 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는 "사격을 한 이래 가장 큰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단체전에 함께 나서는 형들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다"며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이룬다면 메달권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매일 왼팔로 아령 들고 버티기 훈련…"최고 기록 85점 넘는 게 목표" "사실 그만뒀어야 하죠."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종목 10m 공기권총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이원호(24·KB)는 오른손잡이지만 왼팔로 총을 쏜다.
고등학교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총을 쏘던 오른팔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원호는 5일 오후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왼팔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원호의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총을 쏘는 팔을 바꾼다는 건 사격 선수로써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이원호는 "사실 그만뒀어야 했죠"라고 단정 지었다.
이원호는 "고등학교 때 처음 떨림을 감지했을 때는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 단순 부상인 줄 알았다"고 덤덤히 털어놓았다.
사격 선수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어깨충돌증후군 진단을 받기는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덜덜덜'하는 떨림이 심해졌다.
떨림의 원인에 대해 병원마다 신경, 근육, 심리적인 문제 등을 짚었지만, 대형 병원에서 진찰받을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정확한 원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던 이원호가 계속 총을 잡은 건 관중석에서 들려온 한 마디였다.
"쟤 이원호 아냐? 그런데 총을 왜 저렇게 쏴?"
자존심을 제대로 긁힌 이원호는 '이대로 사격을 그만둘 수 없다'는 집념을 갖게 됐다.
상상만 하던 왼팔 사격은 중학교 시절의 코치를 대학교에서 재회하면서 현실로 옮겨졌다.
'왼팔로 해보자. 많이 도와주겠다'고 손을 건넨 코치 덕분에 이원호는 대학교 1학년이던 2018년 여름, '맨땅에 헤딩'을 시작했다.
과녁을 정확히 조준하기 위해서는 팔과 어깨가 약 1.5㎏의 권총을 잡은 채 그대로 멈춤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이원호는 훈련이 있는 날이든 없는 날이든 3㎏짜리 아령을 왼손으로 들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훈련에 매진했다.
숟가락질 등 오른팔로 하던 것을 점차 왼팔로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글쓰기 빼고는 왼손으로 못 하는 일이 없다.
그래도 뼛속부터 오른손잡이인 건 어쩔 수 없다.
왼손을 오른손만큼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 보니 문제점이 생겨도 자유자재로 빠른 시간 안에 고치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유를 알 수 없이 떨리는 오른팔처럼 왼팔도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그래서인지 사격을 왼팔로 시작한 이래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을 가진 적도 없다.
이원호는 훈련 과정에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의 크기에 대해 "다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였다"고 표현한 뒤 오른팔을 치료해 떨림이 사라진다면 "다시 오른팔로 총을 쏘겠다"고 주저 없이 말했다.
"그저 훈련에 매진할 뿐"이라는 이원호는 이제 항저우에서 금빛 방아쇠를 당기고자 한다.
이원호는 "국제 대회 개인 최고 기록인 85점 이상만 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는 "사격을 한 이래 가장 큰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단체전에 함께 나서는 형들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다"며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이룬다면 메달권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