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시속 320㎞, 508㎞ 길이 고속철도는 속도를 높이고 있는 인도와 일본 관계의 상징이다.”

2026년 완공될 인도 첫 고속철도 노선에 대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평가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고향 구자라트주의 아마다바드와 뭄바이를 두 시간에 연결하는 이 고속철도는 예산 170억달러 중 81%를 일본 정부가 차관 형태로 지원한다. 50년 동안 연 0.1%의 이자를 받는다. 신칸센의 기술이 적용됐다.

속도를 내는 인도 인프라 구축에는 사실상 일본 공적개발원조(ODA)가 돈을 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발간한 ‘인도 국가협력전략’에 따르면 일본은 2015~2019년 인도에 109억4700만달러 규모 ODA를 지원하며 세계 국가 중 1위에 올랐다. 이 기간 인도가 받아들인 ODA의 57.7%를 일본이 담당했다. 2위인 독일은 49억6200만달러로 일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프랑스(10억9200만달러) 영국(7억9300만달러) 미국(6억600만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은 인도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인프라 투자에 ODA를 집중하며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전체 ODA 승인 건의 71.2%가 교통 부문이다. 물 관리에는 13.7%가 쓰였다. 전체의 85%를 경제 인프라에 몰아넣으면서 인도 경제와 밀착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올해 3월에도 동북부 비하르주에 전철 노선을 구축하기 위해 엔화 차관 986억엔을 들여오기로 일본과 합의했다. 비하르주는 네팔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로, 그만큼 일본의 ODA가 인도 구석구석에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대(對)인도 ODA는 236만달러에 불과하다. 2019년 317만달러보다도 오히려 줄었다. 공여 국가를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8개국(G8)과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제한한 인도 정부의 ODA 정책이 2015년에야 풀린 것을 감안해도 여전히 낮은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인도 국가협력전략 보고서에서 “최근 국제질서와 주요 강대국 간 역학관계 변화에 따라 인도의 정치·경제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인도의 개발 수요 규모와 조화되는 ODA 금액의 점진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