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즈 쿠마 구자라트주 장관(왼쪽)과 유창재 정치부장이 대화하고 있다.
라즈 쿠마 구자라트주 장관(왼쪽)과 유창재 정치부장이 대화하고 있다.
“보조금과 세제 혜택도 중요하지만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게 더 중요하죠.”

최근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유치한 인도 구자라트주 라즈 쿠마 장관(chief secretary)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인도의 제조업 투자 유치 전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도는 반도체 공급망 육성을 위해 해외기업이 투자하면 투자 금액의 50%를 중앙정부가, 20%를 지방정부가 지급한다. 일부 외신이 ‘극단적’이라고 평가할 만큼 과감한 보조금이다. 그런데도 규제를 완화해 정책 투명성을 높이고 질 좋은 인프라와 인력을 제공한 것이 투자 유치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쿠마 장관의 설명이다.

과거 인도에는 ‘라이선스 라즈(raj·지배)’라는 별칭이 있었다. 영국의 지배(British raj)에서 벗어나자 정부 허가의 지배를 받게 됐다는 자조적 표현이다. 기업이 제조 공장 하나를 짓기 위해서는 80개 정부 부처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1990년대까지 인도 경제가 발전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됐다.

인도는 이 같은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기업 활동의 용이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구자라트주가 대표적이다. 모디 총리가 10년 넘게 주 총리로 재직하며 규제 개혁과 인프라 확충을 밀어붙여 인도에서 가장 기업 환경이 좋은 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마 장관은 “구자라트주는 법과 규제를 단순화해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로는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이슈가 생기면 문의할 수 있도록 전담 공무원을 두는 창구 단일화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전담 공무원이 여러 부처와의 조율을 책임진다는 얘기다.

쿠마 장관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인도에 투자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가 추진하는 제조업 육성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산업의 기반인 반도체 공급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쿠마 장관은 “인도는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탄탄한 국내 수요를 기반 삼아 향후 수출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다바드=유창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