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기업서 세계 1위 내시경업체로…日 올림푸스의 변신
"올림푸스는 기존에 카메라와 현미경, 내시경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업체들과 제대로 경쟁할 동력을 얻기 위해 '의료기기 회사'로 탈바꿈했습니다"

지난 5일 프랭크 드레왈로우스키 올림푸스 내시경 사업부 총괄은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 올림푸스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넥스트 레벨'로 나아가기 위해 임원진 구성부터 회사 구조 등 모두 변화를 줬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올림푸스는 한때 글로벌 1위 디지털카메라 업체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장으로 매출이 급감하며 2020년 디지털카메라 사업서 철수했다.

이후 올림푸스는 내시경과 현미경 사업을 영위해왔다. 하지만 2023년 3월 기준 올림푸스 연간매출 8819억엔(약 8조7000억원) 중 99% 이상이 의료사업에서 창출됐다. 업계에 따르면 올림푸스의 세계 소화기 내시경 시장 점유율은 약 70% 수준이다. 결국 지난 4월 현미경, 산업 내시경 사업을 진행해온 자회사 '에비던트'를 매각하며 의료기업으로 '집중'을 선택했다.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은 "메드트로닉이나 존슨앤존슨, 보스턴사이언티픽과 같은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은 이미 예전부터 자신들의 전문영역을 구축해오며 내부 역량을 키웠다"면서 "여러 분야의 사업을 동시 진행하면서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와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위해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개혁하기도 했다. 대부분 일본인이었던 주요 임원진 10명 가운데 6명을 외국인으로 선임해, 기업 운영에 다양한 시각을 확보했다. 또한 일본, 유럽 등 5개로 나눠져있던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쿄 신주쿠 본사로 일원화 해 복잡성을 줄이고, 조직의 민첩성을 높였다.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은 "이사회 구성도 전통적으로 금융 투자 전문가나 보험 전문가가 많았다"며 "이 역시 IT 전문가 등으로 교체하는 등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적극적 M&A로 내시경 사업 강화...
"2027년까지 AI 기반 솔루션 내놓을 것"


또 다른 변화는 바로 전략적 인수합병(M&A)이다. 기존 올림푸스는 자체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해왔다. 그러나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것을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이에 올림푸스는 지난 4년간 1400억엔 (약 1조 2700억원)을 투자해 영국의 내시경 영상 인공지능(AI) 분석업체 '오딘 비전', 미국의 전립선비대증 치료기기 제조업체 '메디테이트' 등 6개 업체를 인수했다.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은 "소화기·비뇨기·호흡기 내시경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활발히 인수를 진행해왔다"면서도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인수 기업 중에는 한국 비혈관 스텐트 기업 태웅메디컬도 포함돼 있다. 태웅메디컬은 식도, 직장, 담도 등에 식립할 수 있는 스텐트 제조업체다. 올림푸스는 내시경 검사 시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제품군 강화를 위해 지난 2월 태웅메디컬을 4880억원에 인수했다. 그는 "태웅메디칼에 대한 인수 작업이 진행중이며 조만간 완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림푸스는 향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내시경 생태계 개편에 도전한다. 드레왈로우스키 총괄은 "내시경 검사에서 AI가 의사를 보조해 놓칠 수 있는 병변 부위를 알려주고, 검사 보고서 자동 작성을 돕는 등의 기능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즉, 내시경 검사 전반에 대한 AI 솔루션을 내놔 환자들에겐 정확한 검사를, 의료진들의 편리함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엔 이와 같은 시스템이 약 100곳 이하 병원에 설치돼 유용성과 효과 테스트에 나설 예정"이라며 "앞으로 3~5년간 AI 생태계 구축에 힘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푸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7만개 고객사 가운데 20%에서 AI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쿄=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