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하루하루를 빛내주는 '생활 명품' 리스트가 있나요? [책마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명품이란 뭘까. 명품을 떠올리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건 '비싼 것'이라는 이미지다. 수억원도 우습게 넘어가는 가방, 다이아몬드가 다닥다닥 박혀있는 시계…. 대중들에게 명품은 그런 이미지다.

그래서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이런 것들이 명품이라고?" 하는 마음의 소리가 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가방과 신발, 보석 대신 '튀김 소보로' '양조 간장' '칼갈이 기계' 같은 일상의 물건들로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윤광준의 신간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에서는 제목 그대로 윤 작가가 백 한개의 생활 속 명품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직접 사용한 경험으로 일상에서 유용할뿐만 아니라 미적 가치까지 있는 물건에 '생활명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2002년부터 같은 제목으로 주간지에 소개한 글들을 책으로 엮었다.

이번 신간은 '생활명품 시리즈'의 완결판 성격이다. 코로나 기간에서 유독 쓸모있었거나 세월이 흘러도 가치가 살아있는 물건들을 망라했다. 그는 "무엇을 쓰느냐가 곧 한 사람의 스타일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멋있게 보이려면 쓰는 생활 속 물건들이 멋있어야 하고, 또 그것을 지혜롭게 써야 한다는 것.

책에 소개된 '생활명품' 중 단연 가장 눈에 띄는 건 성심당의 튀김 소보로다. 1700원짜리 빵을 왜 명품 리스트에 넣었을까. 윤 작가에게 튀김 소보로는 '살아있는 문화의 모습'이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오직 우리만의 빵이 있다는 건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단팥빵의 원형에 바삭한 소보로, 그리고 도넛의 기름기까지 더해 한국만의 비빔밥 같은 빵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한다. 성심당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40여년에 걸쳐 9000만개 이상의 '튀.소'를 팔았다.

지금 책상 위 난잡히 놓여진 물건들을 보면 꼭 빠지지 않고 있는 게 '포스트잇'이다. 급하게 무엇을 적어야 할 때, 혹은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을 눈앞에 붙여놓고 복기해야 할 때 이만큼 유용한 물건이 또 있을까. 저자도 이 포스트잇을 '생활명품' 101개에 올렸다. 포스트잇은 쓰리엠의 한 연구원이 만든 실패작에서 시작됐다. 접착력이 너무 떨어지는 접착제를 만들어버린 것. 실패한 접착제를 종이에 우연히 발랐다가 포스트잇이 탄생했다.

팔랑거리는 종잇장이 명품이 된 이유엔 이 작은 종이가 사람의 삶을 완벽히 뒤집었기 때문이다. 색을 달리 만들어 서류 분류는 더욱 편해졌고, 일터에서 사람들의 기억력 감퇴는 줄어들었다. 유능한 비서를 섭외하지 않아도 몇 천원만으로 작은 형광색 비서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작가가 생각하는 생활명품 그 자체다.
당신은 하루하루를 빛내주는 '생활 명품' 리스트가 있나요? [책마을]
쓰레기통, 화분, 책가방 등 작고 소소한 물건들도 그의 책을 채웠다. 저자는 "매일 들여다보는 물건일수록, 좋고 아름다워야 한다. 그것과 일상을 함께하는 시간 동안 가장 즐거워할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방에서 회사 책상까지 생활공간을 풍요로이 채우는 도구들에 담긴 뒷이야기 역사, 삶을 함께 이야기보따리처럼 풀어낸다.

101개의 물건이 담긴 두꺼운 책인데도 술술 읽힌다. 물건 하나당 다섯 장 이상 설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주저리주저리 물건을 설명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람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정보도 많다.

아침에 내가 입은 옷과 신은 신발, 마시는 커피와 술…. 물건의 색깔, 브랜드와 맛 등 작은 차이가 세련된 취향을 만들고 이는 자연스럽게 자기만족을 낳는다. 밋밋한 일상에서 새롭고 좋은 물건들만큼 쉽게 신선한 재미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저자는 일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제일 쉬운 실천법이 생활 물건을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은 어떻게 하면 나에게 진짜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안내서가 된다. 백 한개의 물건들을 모두 읽어나가다 보면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과 안목을 가지는 법까지 어렴풋 알게 된다. 나만의 생활명품을 만들어 나가고 싶은 이들에게도 가볍게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당신은 하루하루를 빛내주는 '생활 명품' 리스트가 있나요? [책마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