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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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급식업체들이 정부와 여당의 국산 수산물 급식 확대 방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의 급식 단가 내에선 국산 수산물 가격을 맞추기가 어려워서다.

급식 수요자인 기업들이 실제로는 수산물 메뉴 변경 요청이 거의 없다는 점도 급식업체들의 고민거리다. 정작 해양수산부 등 정부의 세종청사 구내식당도 기존 계획에서 메뉴 변경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국산 수산물 소비 촉진 방침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일반급식 단가로 감당 안 되는 국산 수산물

6일 업계에 따르면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등 5대 단체급식업체의 식재료 중 수산물 비중은 10% 가량이다. 이중 국산은 김, 미역 등 해조류나 멸치 등 일부에 그친다. 대부분 전처리가 된 수입 냉동제품이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과 수협, 급식업체들이 '우리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은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 같은 수산물 비중은 아직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체적으로 국산 수산물을 사들여 급식에 활용키로 한 HD현대의 급식사 현대그린푸드와 대기업 한 두 곳으로부터 국산 수산물 메뉴 확대 문의를 받은 아워홈과 신세계푸드가 수산물 비중 확대를 검토하는 정도다.

애초부터 급식업계에선 여러가지를 고려해야하는 단체급식 시장 구조상 이번 방침이 현장에서 활성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국산 수산물은 가격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을 뿐 아니라, 별도의 손질 과정을 거쳐야 해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며 "수산물을 추가로 사용하는 만큼 다른 농산물과 축산물의 구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농민들이 민감해하는 측면도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국산 고등어 1마리 가격은 4108원으로, 냉동 수입 고등어 3226원보다 27.3% 높다. 국산 흰다리 새우 도매가는 1kg에 2만원 수준으로 수입산 1만2000원보다 66.6% 비싸다. 1kg 기준으로 닭고기(6210원)나 돼지 앞다리살(1만3990원)보다 높은 가격대다.

평균 한끼당 5000~7000원 수준의 일반 기업 급식 단가로는 국산 수산물 메뉴 확대가 어렵다는 게 급식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해수부 급식도 국산 수산물 찾기 어려워"

특히 공공부문에선 국산 수산물 식재료로 급식단가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급식업체들이 식재료를 제공하는 저소득층 노인 대상 급식비 지원금액은 한 끼당 서울 4000원, 부산 3500원이다. 대구는 2300원에 불과하다.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도 별도의 예산 없이는 국내산 수산물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 청사의 급식단가는 4000~4500원이다. 국산 수산물 소비 캠페인을 벌이는 해수부가 이용하는 정부세종청사 5동 구내식당조차 국산 수산물 메뉴를 찾기 어렵다.

청사의 이번주(4~8일) 급식 메뉴에 멸치볶음과 북어채해장국 등 일부 반찬를 제외하곤 메인 메뉴에 수산물은 없다. 정부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급식업체 관계자는 "국산 수산물 확대와 같은 별도의 메뉴 변경 요청은 없었다"고 전했다.

한 끼에 3000원인 대통령실 용산청사 구내식당에서 광어·우럭회, 제주 갈치조림, 전복 버터구이 등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청사 직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급식사 압박만으론 정책 효과 없어"

무엇보다 급식업체들이 마음대로 메뉴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수산물 급식 확대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급식메뉴는 수요자인 기업과 직원들의 선호를 반영해 결정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직원 설문과 노동조합 의견 등을 반영해 급식 메뉴를 위탁업체와 주 단위로 협의하고 있다"며 "정부와 경제단체들이 수산물 사용을 독려하더라도 직원들이 반대하면 메뉴를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의 국산 수산물 급식 확대 촉진 대상에 학교급식이 제외된 것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청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급식업체들이 국산 수산물을 급식에 많이 사용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늘리지 못하는 구조인데, 협약까지 맺어 의아했다"며 "정부가 시장 원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기업을 압박해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