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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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원유 생산의 21%를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감산 소식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원유(WTI)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상승률을 다시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날보다 1.14달러(1.3%) 상승한 배럴당 86.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22년 11월 15일 이후 최고치다. 11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한 때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유가가 급등한 것은 세계 2·3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기간을 연장하기로 한 소식 때문이다. 사우디의 국영 SPA 통신은 사우디가 7월에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올해 말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시장에선 9~10월에 감산을 끝낼 것으로 기대했다. 100만 배럴 감산한 하루 원유 생산 규모는 900만 배럴이다.

이날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도 하루 30만 배럴의 수출 감축을 2023년 12월 말까지 연장하고 이 조치를 월 단위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은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가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 이상이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유가 방어 차원에서 감산 기간 연장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대했던 중국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질 못하면서 국제 유가의 하방 압력을 키웠다.

유가 급등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더 연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월가에서는 Fed가 연방공개시장회의(FOMC) 9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 다음 11월에 회의에서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Fed가 내년 2분기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감산 소식으로 물가가 꿈틀대면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는 가능성도 적지 않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