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밀리의 서재 콘텐츠사업본부장. 밀리의 서재 제공
이성호 밀리의 서재 콘텐츠사업본부장. 밀리의 서재 제공
"출판계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을 매년 입에 달고 삽니다. 출판시장이 원래 문화계에서 가장 크고 역사가 오래된 시장인데 말이죠. '언제까지 이 얘기를 반복하고 있을 순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성호 밀리의 서재 콘텐츠사업본부장은 지난 4일 서울 합정동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약 6년 전 밀리의 서재 출발점을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백과사전으로 유명한 한국브래티니커에서 라이선스 업무를 하다가 2016년 서영택 대표 등과 함께 밀리의 서재를 창업한 '개국공신'이다.

이 본부장은 "출판분야 표준계약서(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전자출판 배타적발행권 및 출판권 설정계약서')에 구독 서비스에 대한 조항이 이제는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며 "하나의 영역을 만들어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밀리의 서재는 국내 대표 전자책 구독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누적 회원 수는 7월 말 기준 약 640만명이다. 국내 출판사 1800곳 이상과 제휴해 약 15만 권의 독서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책을 지속적으로 소개한다. 올해 상반기 평균 매월 약 3500권의 책을 새로 확보했다.

초창기 적자행진을 하던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에 재도전하며 또 다른 도약을 앞두고 있다.

이 본부장은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밀리의 서재의 최대 성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정된 출퇴근 시간에 뉴스를 보게 만들 거냐, 유튜브를 보게 할 거냐, 틱톡을 보도록 할 거냐…. 콘텐츠 시장이 시간 뺏기 싸움이 된 지 오래인데, 출판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몇 명뿐인 스타작가를 두고 '출판사들간 파이 뺏기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독자를 발굴해 다른 콘텐츠와 '시간 경쟁'을 하도록 판을 바꿔야 했죠."

'독서와 무제한 친해지리!' 밀리의 서재의 광고 카피가 회사의 목표이자 사업구조다. 독서의 문턱을 낮춰 숨어있는 독자를 발굴하는 것. 밀리의 서재가 챗북, 도슨트북, 오브제북 등 새로운 형태의 전자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이유다.

챗북은 채팅하듯 책 내용을 접할 수 있는 대화형 독서 콘텐츠, 도슨트북은 박물관 도슨트처럼 책 내용을 설명해주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오브제북은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3요소를 활용해 모니터 등에서 그림을 감상하듯 책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이 본부장은 "KT의 다양한 콘텐츠 밸류체인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여러 협업을 추진 중"이라며 "기가지니에서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을 들려주는 방식 등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밀리의 서재는 2021년 9월 KT 자회사인 지니뮤직에 인수됐다.

이미 KT 미디어그룹과의 협업은 진행 중이다. 예컨대 올해 5~7월 ENA에서 방영된 드라마 '행복배틀'의 경우 밀리의 서재 공모전을 통해 발굴, 독점 공개했던 소설을 영상화한 것이다. ENA에서 방영된 드라마 '종이달'의 경우 출연 배우가 원작 소설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밀리의 서재에서 공개했다.

이 본부장은 "과거에는 소설이 드라마화돼도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에 띠지를 두르는 것 외에는 마케팅 채널이 따로 없었다"며 "이제는 출판사도 밀리의 서재와 여러 2차 콘텐츠를 함께 기획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영화 추천을 그 자체로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이제는 추천 콘텐츠도 하나의 콘텐츠"라며 "아이돌의 독서모임 등 독서 추천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사람들의 시간을 책 시장으로 가져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