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전통음악? "전통에 대한 배반이 클래식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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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 라운드 인터뷰
"우리가 아는 클래식은 결국 작곡가들이 옛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것에 도전한 결과에요. 따지고 보면 클래식음악은 전통음악이 아닌 전통에 대한 배반의 음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29·사진)은 지난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현대음악 연주회 '매일클래식'에서 자신의 첫 오르간 협주곡을 무대에 올리는 '도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였다. 그는 현대음악계의 신성이다.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각종 해외 페스티벌과 단체에서 작품을 위촉받으며 현대 음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휘자로도 활동중인 그는 내달 공연에서 자신의 작품을 직접 지휘한다. 오르간 연주는 오르가니스트 최규미가 맡는다.
최재혁이 이 곡을 쓰기 시작한 건 3년 전이었다. 러시아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1931~)의 작품을 연주하는 오르가니스트를 보고 오르간 협주곡 작곡을 결심했다. 그는 "악기에 대한 상상력을 크게 넓혀주는 연주였다"고 말했다.
오르간은 음색을 조절하는 스톱, 셈여림을 조절하는 스웰박스, 30여 개의 발페달(발건반) 등 악기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음량의 폭도 매우 크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도 아니다. 그래서 평생 음악을 한 사람도 손사래를 친다. 최재혁도 같은 이유로 상상에 의존해 오르간 협주곡을 작곡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어떤 소리가 날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라고 끊임없이 상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오르가니스트가 직접 작곡하는 것만큼 섬세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
최재혁은 12분 남짓의 이 곡에 오르간만이 낼 수 있는 음향 효과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소리를 쫙 뿜어내는 오르간 특유의 소리를 활용해 구름 사이를 비집고 햇빛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표현했다.
최재혁은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인 앙상블 블랭크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도 활동중이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2015년 만들었다. 앙상블 블랭크를 통해 신진 작곡가들의 초연곡을 무대에 올리며 현대음악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젊은 작곡가들과 달리 오선지에 직접 손으로 악보를 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작곡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래야 아무런 제약없이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은숙 선생님를 비롯해 스승님들께서는 항상 내면의 귀를 강조하셨어요. 내면의 귀는 계속 상상해야 기를 수 있죠. 컴퓨터로 작업하면 제가 적었던 음표들을 재생하고 싶은 유혹을 떨칠 수 없거든요. 아무래도 상상에 제한이 걸리죠."
그는 작곡뿐 아니라 지휘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2018년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지휘자 사이먼 래틀 등과 함께 런던심포니를 지휘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지난 7월에는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컨덕팅 펠로우로 참여해 주빈 메타,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다니엘레 가티 등을 보조하며 지휘자로서의 행보도 넓혀가고 있다.
"작곡이 혼자 상상을 펼치는 작업이라면, 지휘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호흡하는 작업이에요. 손끝에서 소리가 나온다는 점이 공통점이죠. " 그는 이번 매일클래식 무대를 통해 '최신의 클래식'을 소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최재혁의 오르간 협주곡을 비롯해 찰스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을 비롯하여 베른하르트 갠더의 ‘위대한 영혼들’, 스티브 라이히 ‘여덟개의 선’, 리게티 죄르지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 저마다 개성이 강한 20-21세기 클래식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29·사진)은 지난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달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현대음악 연주회 '매일클래식'에서 자신의 첫 오르간 협주곡을 무대에 올리는 '도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였다. 그는 현대음악계의 신성이다.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각종 해외 페스티벌과 단체에서 작품을 위촉받으며 현대 음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휘자로도 활동중인 그는 내달 공연에서 자신의 작품을 직접 지휘한다. 오르간 연주는 오르가니스트 최규미가 맡는다.
최재혁이 이 곡을 쓰기 시작한 건 3년 전이었다. 러시아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1931~)의 작품을 연주하는 오르가니스트를 보고 오르간 협주곡 작곡을 결심했다. 그는 "악기에 대한 상상력을 크게 넓혀주는 연주였다"고 말했다.
오르간은 음색을 조절하는 스톱, 셈여림을 조절하는 스웰박스, 30여 개의 발페달(발건반) 등 악기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음량의 폭도 매우 크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도 아니다. 그래서 평생 음악을 한 사람도 손사래를 친다. 최재혁도 같은 이유로 상상에 의존해 오르간 협주곡을 작곡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어떤 소리가 날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라고 끊임없이 상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오르가니스트가 직접 작곡하는 것만큼 섬세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
최재혁은 12분 남짓의 이 곡에 오르간만이 낼 수 있는 음향 효과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소리를 쫙 뿜어내는 오르간 특유의 소리를 활용해 구름 사이를 비집고 햇빛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표현했다.
최재혁은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인 앙상블 블랭크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도 활동중이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2015년 만들었다. 앙상블 블랭크를 통해 신진 작곡가들의 초연곡을 무대에 올리며 현대음악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젊은 작곡가들과 달리 오선지에 직접 손으로 악보를 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작곡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래야 아무런 제약없이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은숙 선생님를 비롯해 스승님들께서는 항상 내면의 귀를 강조하셨어요. 내면의 귀는 계속 상상해야 기를 수 있죠. 컴퓨터로 작업하면 제가 적었던 음표들을 재생하고 싶은 유혹을 떨칠 수 없거든요. 아무래도 상상에 제한이 걸리죠."
그는 작곡뿐 아니라 지휘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2018년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지휘자 사이먼 래틀 등과 함께 런던심포니를 지휘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지난 7월에는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컨덕팅 펠로우로 참여해 주빈 메타,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다니엘레 가티 등을 보조하며 지휘자로서의 행보도 넓혀가고 있다.
"작곡이 혼자 상상을 펼치는 작업이라면, 지휘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호흡하는 작업이에요. 손끝에서 소리가 나온다는 점이 공통점이죠. " 그는 이번 매일클래식 무대를 통해 '최신의 클래식'을 소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최재혁의 오르간 협주곡을 비롯해 찰스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을 비롯하여 베른하르트 갠더의 ‘위대한 영혼들’, 스티브 라이히 ‘여덟개의 선’, 리게티 죄르지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 저마다 개성이 강한 20-21세기 클래식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