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없는 무료공간"…쪽방촌 주민 600명 몰려간 '온기창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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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쪽방촌 '온기창고' 가보니
무료로 생필품 지원…익명 기부자도
오세훈 "간단한 발상의 전환…늘 챙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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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창고는 지난 7월 20일 개소식을 갖고 지난달 2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방문객은 모두 쪽방상담소 회원으로 등록 완료한 쪽방촌 주민이다. 운영 한달여 지난 현재 일주일에 600~700명 이상이 이곳을 찾을 정도로 주민들에게 물품 배급소이자 쉼터가 됐다.
앞서 쪽방촌 주민들은 쪽방상담소 측에서 물건 배급을 공지하면, 당일에 2시간 이상 줄을 서서 받아야 했다. 협소한 공간과 인력 부족으로 민간기업과 단체, 공공기관으로부터 후원 물품이 들어올 때마다 날짜를 정해 선착순으로 배분했기 때문이다.
'오픈런'은 필수였다. 이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건강 취약자들은 불이익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창고형 매장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줄을 안 서도 원하는 물건을 배급받기 편한 환경이 된 것.

문을 연 지 한 달을 맞은 이날 방문객들에게 온기창고가 생긴 뒤 생활의 변화를 물었다. 이들은 "먹을 걸 무료로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공간이라 좋다", "줄서지 않아서 좋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거동이 불편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있던 60대 주민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멀리 안 가도 되고,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생필품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쪽방촌 주민 신모 씨(49)는 "이곳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렇게 무료로 생필품을 지원받을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며 "아직 몇 번 방문 안 했는데, 끼니 해결도 되고,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자주 찾을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전 실장은 "김치, 라면, 햇반, 햄 등 주민들이 간단하게나마 양질의 영양을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기업과 단체 측에서도 후원해주실 때 이왕이면 주민분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 공급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올바른 물품 배분 문화'를 위한 주민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전 실장은 "여기에 오는 후원 물품들이 '내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곳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목적으로 하는 거지, 삶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라며 "필요한 물건을 마트에서 산다는 개념보다는, 공공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