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국의 화웨이 띄우기
중국인들에게 가장 국뽕 차오르게 하는 기업은 화웨이다. ‘華爲(중화를 위한 희망)’라는 이름부터가 그렇다. 미국의 제재 속에서 기술 자립으로 살아남으려는 노력은 과거 중국 공산당의 항일 전투에 비유된다. 화웨이의 자력갱생을 지칭하는 ‘난니완 프로젝트’의 난니완(南泥灣)은 중국 공산당 팔로군이 황무지를 개간해 자급자족하면서 장기전을 치렀던 곳이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신제품 ‘메이트 60’으로 요즘 정보기술(IT)업계가 떠들썩하다. 미국의 기술 봉쇄에도 7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를 자체 개발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3년간 강제로 발이 묶인 화웨이 스마트폰이 부활한 건 미국의 탄압이 실패했다는 증거”라며 흥분하고 있다.

화웨이의 제품 출시 시기와 언론 보도 동향을 보면 사뭇 정치적이다. 메이트 60은 사전 마케팅 없이 지난달 29일 돌연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의 방중 기간에 론칭을 맞춘 듯하다. “미국이 중국에 뺨을 맞았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중국 언론은 메이트 60이 화제가 되자 영웅 띄우기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으로 43세의 늦은 나이에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다. 그가 지난해 7월 인재 육성에 대해 한 발언을 엊그제 회사 측이 사내 게시판에 다시 올리고, 중국 전역의 매체가 앞다퉈 보도하는 식이다. 예약판매가 1억 대를 넘었고, 웃돈 거래까지 성행한다는 얘기도 강조한다. 부동산 위기로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의 위상이 추락한 때에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호재다.

화웨이의 7나노 반도체 개발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적잖다. 중국 반입이 금지된 네덜란드 ASML의 장비 없이 양산이 가능한지, 반도체 설계자산(IP)을 장악하고 있는 영국 ARM의 원천기술 저촉 여부 등에 대해 의구심이 많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 제재로 휘청거렸어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300억달러(약 40조원)의 정부 보조금으로 비밀리에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해 왔다. 한층 치열해질 반도체 전쟁 속에서 초격차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도 더욱 바빠지게 됐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