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서 "군사협력 시도 즉각 중단" 요구…북러 군사공조 움직임 비판
中과 '긴밀한 소통' 강조…'힘에 의한 현상변경' 비판 작년과 달리 협력 의지
북러정상회담 앞두고 尹, 러 비판하고 中은 역할띄우기 '차별화'
윤석열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를 무대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북 대응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특히 북한과 무기거래를 논의하기 위한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된 러시아를 향해 비판과 경고 메시지를 내는 한편, 중국을 향해서는 대북 레버리지(지렛대)를 강조하며 북한 비핵화 공조에 함께할 것을 당부하며 '협력 메시지'를 발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차례로 참석해 북러간 군사공조 강화에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오전에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 비공개회의에서는 "국제사회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어떠한 유엔 회원국도 불법 무기거래 금지 등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가 규정한 대북 제재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무기가 바닥날 위기에 처하면서 북한과 무기거래를 시도 중인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이다.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도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좌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으로 활용되는 해외노동자 송출과 불법 사이버 활동 차단을 위한 공조에 여러분의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언급의 기류는 사뭇 달랐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역할을 '요청'하는데 무게를 뒀다.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노동자 상당수가 중국과 러시아에 체류 중이며 북측이 탈취한 가상자산 상당수가 중국 은행에 보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선 아세안+3 정상회의 '관심과 협력'을 부탁한 대상도 사실상 중국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순방 직전인 지난 4일 공개된 AP통신 인터뷰에서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할 책임이 있는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마땅히 건설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3 발전 근간이 되는 한일중 3국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한일중 정상회의를 비롯한 3국 협력 메커니즘 재개를 위해 일, 중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자 한다"며 협력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올해 들어 일본과 관계 개선을 이룬 만큼, '긴밀한 소통' 대상은 중국 정부에 더 방점이 찍혔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해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결코 용인돼선 안 될 것"이라고 중국을 공개 비판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은 지금의 엄중한 정세에서 북중러가 결속을 강화하며 상호 무기지원이라는 '레드라인'을 넘는 상황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와의 노골적인 군사 협력은 자제해왔다.

북러간 군사공조 신호가 포착되고 오는 12일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중국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국은 무기거래에 있어 러시아와 입장이 다르다"며 "중국을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창 총리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윤 대통령이 10개월 만에 대면한 중국 최고위급 인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 촬영을 마치고 회의장으로 이동하기 전, 처음 대면한 리창 총리와 악수하며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연합뉴스